과학 공학

왜 동양은 과학을 낳지 못했는가

김동희
이성과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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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00 ⓒ
왜 동양은 과학을 낳지 못했는가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2.5 MB이용기기
ISBN9791122060164
책 소개
동양에도 논리가 있었고 수학이 있었으며 자연에 대한 방대한 기록이 있었다. 묵가는 이름이 사물을 붙잡는 범위를 따졌고, 인도의 니야야는 정교한 추론 체계를 세웠으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천체 관측 기록을 남겼다. 화약과 나침반과 인쇄술도 그곳에서 나왔다. 그런데 왜 근대과학이라는 특수한 지식의 형식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전통에서만 조립되었는가.
이 책은 이 물음을 문명의 우열을 가리는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동양이 부품을 모두 갖고도 조립을 게을리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지향이다. 사유를 크게 나누면 인간을 묻는 줄기와 자연을 묻는 줄기가 되는데, 그리스에서 시작된 전통에서는 이 둘이 나란히 섰고 동양의 주류 전통에서는 뒤의 줄기가 앞의 줄기에 매여 있었다. 자연을 캐묻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물음이 언제나 수양과 통치와 해탈로 돌아가 자기 목적을 가진 줄기로 서지 못했다는 뜻이다.
책은 6가지 조건을 따라간다. 추상을 길들인 배경, 질서를 둔 자리, 참을 판정하는 형식, 앎이 향한 목적, 지식을 검증한 공동체, 만드는 손과 설명하는 눈의 만남이 그것이다. 알파벳과 주화가 추상을 길들인 자리에서 플라톤의 이데아가 나왔고, 그 이데아를 땅으로 끌어내린 아리스토텔레스가 개별 사물을 연구 대상으로 만들었다. 틀릴 수 있고 폐기될 수 있는 그릇이 거기서 처음 만들어졌다. 갈레노스는 무너졌고 오행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대비가 이 책의 핵심 장면 가운데 하나다.
플라톤에서 뉴턴까지 2,400년을 따라가는 이 여정의 끝에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분명하다. 과학은 어느 문명의 소유도 아니며, 특정한 조건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비로소 조립된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 우리가 딛고 선 전제
서장. 과학을 부르는 기준
1장 만드는 것과 설명하는 것 — 기술은 ‘된다’에서 멈춘다
2장 틀릴 수 있는 형식 —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것은 답이 아니라 그릇이었다
3장 폐기될 수 있는 지식 — 갈레노스는 무너졌고 오행은 무너지지 않았다
4장 플라톤은 아직 연구실에 있다 — 하이젠베르크, 괴델, 펜로즈, 그리고 ‘발견했다’고 말하는 수학자들
5장 부품과 지향 — 과학은 한 번에 발명되지 않았다
1부. 플라톤을 가능하게 한 조건: 추상을 길들인 배경
6장 뜻을 지운 문자 — 알파벳과 수학의 추상화
7장 서로 다른 것을 하나의 척도로 — 주화가 길들인 추상
8장 왕도 신관도 진리를 독점하지 않았다 — 폴리스라는 공백
9장 쪼개진 땅, 도망갈 수 있는 사상가 — 그리스의 분열과 제자백가의 개화
10장 변화는 없다 — 파르메니데스가 남긴 문제
11장 그 공백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이데아계
2부. 본질이 자리 잡은 곳: 객관적 질서의 자리
12장 스스로 그러함 — 도가가 두 번째 세계를 세우지 않은 이유
13장 리理와 기氣 — 질서는 세계 안의 무늬다
14장 동굴 밖의 태양 — 플라톤이 본질을 세계 밖에 둔 이유
15장 이데아를 땅으로 끌어내리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반역
16장 형상과 질료 — 개별 사물이 연구 대상이 되다
17장 내재·깨달음·초월 — 중국·인도·그리스의 세 갈래
3부. 참을 판정하는 형식: 논리와 증명의 길
18장 이름이 사물을 붙잡는 범위 — 묵가와 명가의 논리
19장 해탈을 위해 논쟁하다 — 인도 니야야의 추론 체계
20장 올바르게 생각하는 형식 —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21장 답이 아니라 필연 — 유클리드가 세운 증명의 세계
22장 계산과 증명의 서로 다른 길 — 『구장산술』·천원술·케랄라 학파
23장 논리가 자연학의 문법이 되다 — 개별 논쟁에서 연구 체계로
4부. 앎이 향하는 목적: 수양·해탈·바라봄
24장 궁구하여 수양에 이르다 — 격물치지가 향한 곳
25장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앎 — 인도 철학의 목적
26장 보는 것 자체가 좋은 삶이다 — 그리스의 테오리아
27장 가장 하찮은 동물도 알 가치가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연구
28장 쓸모없는 지식이 학문이 되다 — 독립된 탐구의 탄생
5부. 지식을 보존하고 검증하는 공동체: 논쟁·전승·제도
29장 아고라에서 진 주장도 살아남는다 — 그리스의 공개 논쟁
30장 논쟁대회의 나라 — 인도에서 논리가 이어진 방식
31장 과거시험이 모은 재능, 과거시험이 정한 질문 — 중국의 경우
32장 사라질 뻔한 아리스토텔레스 — 시리아와 이슬람의 번역·보존
33장 반대 의견부터 말하라 — 스콜라철학의 질문법
34장 대학이라는 기억 장치 — 권위가 반박자를 길러내다
6부. 만드는 손과 설명하는 눈: 기술에서 실험으로
35장 화약·나침반·인쇄술 — 발명이 곧바로 이론이 되지 않은 이유
36장 하늘을 가장 오래 기록한 사람들 — 관측이 천체역학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
37장 손과 글이 갈라진 사회 — 사대부·장인·카스트의 경계
38장 책과 몸이 충돌하다 — 르네상스 해부학과 베살리우스
39장 기구가 논증이 되다 — 망원경·시계·저울·공기펌프
40장 누구나 다시 해 볼 수 있어야 한다 — 실험과 재현의 탄생
7부. 자연을 법칙으로 읽다: 과학혁명의 마지막 조립
41장 신이 세계에 질서를 부여했다는 상상 — 이데아에서 법칙으로
42장 자연이라는 책을 수

작가 소개
  • 작가김동희
입자물리학을 전공하고 연구해 온 과학자이다. 오랫동안 유럽 철학을 독학하며 플라톤에서 니체에 이르는 사유의 흐름을 자신의 언어로 소화해 왔다. 계산으로 세계를 다루는 훈련과 개념으로 세계를 다루는 훈련이 근본적으로 다른 언어가 아니라는 확신이 1인 출판사 「이성과 본질」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지은 책으로 『톱쿼크 사냥』민음사, 1996, 『바벨탑의 힉스 사냥꾼』사이언스북스, 2014, 『물리학의 인문학적 이해』도서출판 역락, 2019, 『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빚은책들, 2022가 있다. 「이성과 본질」에서 『존재를 묻는 기계』, 『칸트는 왜 뉴턴을 필요로 했는가』등을 펴냈다.

출판사
이성과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