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나는 이미 그 세상을 쓰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틈틈이 글을 썼다. 대단한 예언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이상 했을 뿐이다. 예순이 되면 저승 갈 준비를 하던 세상이 어느새 백 살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던 사람들이 손안의 작은 기계로 순식간에 안부를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그 낯섦을 적어두었다. 언젠가 이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그런데 지금 그 글들을 다시 펼쳐 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10년 전에 던진 물음들이 지금 이 순간의 물음과 정확히 겹쳐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인류가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세상에 들어섰다고. 예순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흔에 무엇을 하고 여든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관습도 통념도 없다고. 동서고금 어디를 뒤져도 이렇게 오래 산 인류가 없었으니, 우리가 처음 살아보는 것이고, 그러니 우리 스스로가 기준을 세우는 개척자라고.
그때는 오래 사는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문장을 지금 다시 읽으면, 놀랍게도 인공지능 앞에 선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참고할 선례가 없는 시대,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장수 시대를 두고 한 말이 AI 시대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이건 내가 미래를 맞혔다는 자랑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변화의 본질이 언제나 같았다는 뜻이다. 인류는 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으로 떠밀려 갔고, 그때마다 앞선 세대의 지혜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 맨몸으로 섰다. 다만 지난 10년, 그 변화의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을 뿐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책을 쓰면서 나는 굳이 어느 글이 언제 쓰였는지 밝히지 않으려 한다.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우리의 일상과 사회는 그 이전 어느 10년보다 많이 변했다. 그러니 몇 년도에 쓴 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물음이 지금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낡은 것과 새것을 가르는 일이 무의미해질 만큼, 변화는 시간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이 책은 그렇게 지워진 경계 위에 서 있다. 장수와 인공지능, 언뜻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를 하나의 물음으로 묶는다. 아무도 살아본 적 없는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누가 답을 줄 수 없다면, 그 답을 우리가 직접 써 내려가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 책에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정답이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다만 먼저 첫발을 내디딘 사람으로서, 뒤따라올 사람이 조금 더 편하게 그 자리를 밟고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 하나를 남기려 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아 보여도, 먼 훗날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았을 때 그 초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믿음으로, 나는 다시 이 글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