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진화를 배우고 교회에서는 창조를 듣는다. 그 사이에서 많은 사람이 길을 잃는다. 어느 한쪽을 덮어 버리거나, 물음 자체를 삼켜 버린다. 35년간 전자와 원자의 스핀을 연구해 온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가, 인공지능을 대담 상대로 불러 그 물음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빅뱅과 시공간, 양자와 카오스, 진화와 DNA, 미세조정과 의식, 그리고 인간이 만든 지능까지 열네 장에 걸쳐 현대 과학이 밝혀낸 것을 가장 강한 형태로 세운다.
그리고 매번 같은 자리에 닿는다. 과학이 어떻게(How)를 눈부시게 밝히다가, 무엇을 위해(Why)라는 문턱에서 정직하게 멈추는 자리다.
이 책의 특별함은 그 경계를 양쪽으로 똑같이 정직하게 긋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신앙인이지만, "과학이 신을 증명했다"는 주장을 실험실 검토자의 눈으로 하나씩 기각한다. 설계를 과학적으로 탐지할 수 있다는 논증도, 미세조정이 창조의 증거라는 주장도, 빅뱅이 무에서의 창조를 입증한다는 말도 모두 자기 진영의 주장이지만 그대로 무너뜨린다.
"내가 의도를 읽는 자리는 과학이 아직 못 푼 틈이 아니라, 과학이 다 설명한 뒤에도 남는 왜 이런 질서가 있는가라는 다른 층입니다."
무엇을 믿으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묻기를 멈췄던 자리에서 다시 묻기를 청한다.
신앙과 과학 사이에서 어느 한쪽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크리스천. "과학이 이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했다"는 말에 어딘가 미진함을 느껴 온 독자. 그리고 무엇보다 태어날 때부터 손안에 세계가 들어 있던 세대, 기술이 못 하는 일을 아직 본 적 없는 젊은 독자.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묻기를 멈췄던 자리에서 다시 묻기를 청한다.
책의 구성:
이 책은 물음을 이끄는 나(저자)와 주류 과학의 시선을 풀어내는 AI의 대담으로 이루어진다.
대화는 어느 주제에서나 같은 순서를 지난다 사실 · 근거 · 경계 · 반론 · 남는 물음.
각 절은 쟁점을 세우고, 대담을 지나, 저자의 정리로 닫힌다. 측정이 끝나는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