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해안에 벌거벗은 채 쓰러진 남자가 있다. 살려달라는 말 대신, 그는 눈앞의 낯선 이에게 찬사부터 건넨다. 목숨이 걸린 순간에도 절박함과 품격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오디세우스는 그렇게 보여준다.
이 책은3천 년 전 그리스 최고의 이야기꾼이 남긴 화법의 교과서, 오디세이아를 다시 읽는다. 저자는 우연히 오디오북으로 다시 만난 오디세이아 속 스무 개의 장면에서, 지금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대화의 순간들과 놀랍도록 닮은 원형을 발견한다. 나우시카아 앞에서 아쉬운 소리를 우아하게 건네는 법, 키르케의 섬에서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하는 법, 폴리페모스 앞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 법,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에서 정체를 숨긴 채 진심으로 듣는 법, 그리고 이타카의 들판에서 이길 수 있는 순간에도 스스로 손을 거두는 법까지.
책은 위기의 말, 유혹의 말, 적의 말, 기다림의 말, 귀환의 말이라는 다섯 걸음을 따라간다. 각 걸음마다 오디세이아의 한 장면을 원전에 충실하게 되짚은 뒤, 그 원칙을 지금 우리의 직장과 가족과 친구와 사회생활의 언어로 옮긴다. 실제 강의 현장에서 만난 스무 개가 넘는 생생한 사례와, 그 자리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비포·애프터 대화 예시가 함께 실려 있다.
3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이야기가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다는 행위의 본질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탁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하는 자리에서, 나를 하대하는 사람 앞에서, 오래 미뤄둔 화해를 시작해야 하는 자리에서 이 책은3천 년 전 그 남자의 말들을 작은 나침반으로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