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00만 원.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게는 그 정도면 남부럽지 않게 산다고 여겨지는 숫자다. 그런데 정작 그 돈을 손에 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매달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이는 순간을 마주한다. 세금과 4대 보험을 떼고, 월세나 대출 이자를 내고, 밥값과 교통비를 치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분명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데, 왜 매달 가난해지는 기분이 드는 걸까.
이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필자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금융업계 종사자도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동시에 작은 출판사를 꾸려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문제를 전문가의 언어가 아니라, 매달 월급을 받고 대출 이자를 걱정하는 보통 사람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2026년 여름,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분기 한 분기 만에 26조 원 가까이 불어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가파른 증가폭이었다. 숫자만 보면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채는 결국 누군가의 주택담보대출이고, 누군가의 신용대출이며, 누군가의 카드값이다. 다시 말해 이 거대한 숫자는 바로 우리 각자의 이야기다.
동시에 이런 통계 뒤에는 늘 자극적인 해석이 따라붙는다. 유튜브에는 "제2의 IMF가 온다"거나 "중산층이 완전히 붕괴했다"는 제목의 영상들이 넘쳐난다. 그런 콘텐츠를 보다 보면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든다. 정말 그런 걸까 싶은 불안함과, 동시에 이게 너무 과장된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의심. 이 책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출발한다. 위기론에 무작정 휩쓸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고 눈감지도 않으면서, 실제 통계와 자료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냉정하게 살펴보려 한다가계부채가 왜 이렇게 늘어났는지, 저금리 시대의 유산이 지금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는지, 환율과 금리라는 거시경제의 파도가 어떻게 개인의 통장까지 닿는지, 그리고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흔들리면서 청년 세대의 주거 사다리가 어떻게 끊어졌는지를 순서대로 따라가 볼 것이다. 더불어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자산 격차가 실제로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 국민연금이라는 세대 간 약속이 어떤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지도 함께 들여다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위기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으려 한다. 거대한 경제 시스템의 흐름을 개인이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적어도 무력하게 휩쓸리지는 않을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들은 그래서 개인이 지금 당장 점검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방향에 할애했다.
거창한 해법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벌어지고 있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 판단은 이 책을 읽는 독자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