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하루는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펴고, 문장을 하나씩 옮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이 순간이다. 요즘엔 이마트에서 나오는 캡슐커피를 자주 먹는데, 생산된 지 얼마 안 된 것들이라 그런지 향이 유독 좋다. 머신에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커피가 탁 하고 떨어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의 향. 그 몇 초의 향기를 맡는 게 하루 중 가장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유럽과 미국 클라이언트들과 일하다 보니 시차 때문에 새벽에도 메일을 확인하고, 마감이 겹치면 하루 열두 시간 넘게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날도 있었다. IT와 AI 분야 번역은 특히 집중력이 필요해서, 한번 몰입하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