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에는 설계자가 있고 파괴자가 있다. 플라톤은 변하는 세계 너머에 변하지 않는 이데아를 세워, 이후 2,000년 동안 유럽의 사유가 딛고 설 바닥을 만들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바로 그 바닥을 향해 망치를 들었다. 저 위의 참된 세계 같은 것은 없으며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세계가 전부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을 32개의 주제 위에 나란히 세운다. 진짜 세계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을 움직이는 진짜 엔진은 무엇인가, 시스템에 순응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동굴의 비유와 망치의 아포리즘이, 이성적 에로스와 육체적 도취가, 철인이 다스리는 나라와 초인이 되라는 요구가 매 장에서 정면으로 부딪힌다.
흥미로운 것은 니체가 플라톤을 저주하면서도 동경했다는 사실이다. 고전문헌학자였던 니체만큼 플라톤의 문장을 정확히 읽은 사람도 드물었다. 대중이 아니라 소수의 정신을 향해 썼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았고, 사상에서는 단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 이 기묘한 관계에서 책은 출발한다.
각 장은 짧고 문장은 평이하다. 철학 용어를 미리 알아야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다만 물음은 끝까지 가벼워지지 않는다. 진리는 완성되는가, 창조되는가. 이 하나의 질문이 32개 장을 관통하며, 마지막에 저자는 인류가 왜 두 사상가 모두를 필요로 하는지에 답한다.
특기사항
· 서양 철학의 설계자와 최초의 파괴자를 32개의 주제 위에서 정면으로 맞세우는 대결 구성이다.
· 세계관과 인간관, 인생관과 가치관, 그리고 두 사람이 남긴 유산이라는 축을 따라 5부로 배열하여 철학사 입문서이자 비교 독해서로 읽을 수 있다.
· 각 장은 3,000자에서 4,000자 사이의 짧고 평이한 문체로 쓰여, 철학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따라올 수 있다.
· 『국가』의 태양과 선분과 동굴 비유를 원문의 순서대로 풀어 서술한다.
· 본문 뒤에 「장별 인용 저작」과 「장별 보충 설명」을 부록으로 붙여, 각 장의 근거가 된 저작과 더 깊은 논의를 따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 29장에서 니체의 망치가 왜 아리스토텔레스를 비껴갔는지를 별도의 장으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