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세이

웃는 흉터

김보나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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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2,600 ⓒ
웃는 흉터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38.9MB이용기기
ISBN9791124065747
책 소개
2026년의 여덟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8월의 책은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보나의 첫 산문집 『웃는 흉터』이다. “이야기 구조를 완결되지 않게 하는 진행형의 움직임을 발명”홍성희하며 시를 써온 그가 시와 산문, 편지와 짧은 소설 등으로 8월 한 달을 엮어냈다. 시인에게 8월은 떠났다가 돌아오는 시간. 8월은 다치고 짓무르기 쉬운 계절. 그는 한여름에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병원으로 떠나는 것도 일종의 여행같이 느껴졌다. 짐을 싸고, 낯선 곳에서 밥을 먹고 잠들고,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그 모든 과정이「수박과 소낙비와 참외, 그리고 가장 뜨거운 시절」. 여름은 또한 몸에 새겨진 흉터를 끌어안는 시간이 된다. 흉터는 늘 곡선으로 피부에 새겨진다. 흉터는 스스로 꿰맬 수 없던 상처를 남이 여며준 흔적. 거울 앞에 선다. 시선을 내리면 호를 그린 무늬가 보인다. 어느 강의 물줄기를 뚝 떼오면 꼭 그런 모습으로 흐를 것도 같다. 시인은 고개를 들고, 흘러가는, 번뜩이는 물줄기를 찾는다. 뭔가 반짝이고 있을 거야. 쏟아지는 빛이 반사되는 눈부신 표면. 흘러가는 희끄무레한 선을 찾아. 봐, 강이야. 사위가 어둑해질 무렵, 땅거미가 진 뒤를 골라 느지막이, 북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밤의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첫 시집의 원고 대다수도 그곳에서 고쳤다. 시는 강의 시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곳에선 목소리들도 갑자기 시작되고 나타난다. 중얼거리고 사각거리다 문득 고개를 들면, 아주 많은 손님을 태운 열차가 창에 불을 켜고 지나가고 있다. 어둠 속을 흘러간다. 열차 열 량이 지나가는 시간은 십 초에서 십오 초 남짓. “내 시집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썼기 때문일 것이다.”「나의 모험 일지」
시인의 아버지가 사오는 과일은 대체로 무르고 상처 입은 것들이었다. 포도, 바나나, 자두, 아보카도, 복숭아. 하루를 견딘 것들. 시장을 지나던 온갖 사람들의 눈길과 먼지와 매연을 감당한 과일들은 까만 봉투에 담겨 털레털레 왔다. 시인은 액체에 가까워진 망고를 우물거리다가 생각했다. 세상에는 늘 상한 과일만 사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그게 우리 아빠라고. 제값 주고 사기엔 너무 아깝지만 그래도 빛과 향이 고와서,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서 발길을 멈추는, 봉투를 흔들며 걷느라 더 망그러지는 과일을 사오는 물컹이고 이상한 마음이 있다고22일 산문. 그리고 내 몸에 있는 흉터는 잘 익은, 완숙한 과일처럼 자꾸 벌어지려는 상처의 자국. 옥수수와 여름 과일들이 한창 무르익는 여름, 그런 여름에 기억을 지키며 둥글게 살이 차오른 과일을 떠올린다. 발 뻗고 자는 쪽의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싶다고 여기며. 

우리는 이제 록 페스티벌에 와서 방방 뛰어다닌다
내가 밟은 그림자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건 노래뿐이야
너랑 노래 부르는 순간은 다 좋았어

시인의 여름은, 또다른 세계를 여는 계절이다. 그의 8월은 무엇보다도, 록 페스티벌의 시간. 땡볕을 견디며, 잠시 부는 바람에 의지해 무대를 기다리다가 쿵! 하는 드럼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시간. 누군가 불어 보낸 반짝이는 비눗방울에 홀려, 쿵쿵대는 음악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기분작가의 말. 돗자리와 의자가 있어도 우린 아마 쭉 서 있을 거야. 무대의 시작부터, 무대가 끝날 때까지. 

목차
작가의 말 ─ 수박과 소낙비와 참외, 그리고 가장 뜨거운 시절 7

8월 1일 산문 ─ 록 페스티벌 가자! 13
8월 2일 산문 ─ 과일 향 파우더 향 열일곱 살 마음 17
8월 3일 산문 ─ 어떤 모습으로든 사랑받을 거라는 걸 23
8월 4일 산문 ─ 하균 오빠 팬이에요 31
8월 5일 산문 ─ 무서운 이야기 39
8월 6일 산문 ─ 나의 영원한 헤드라이너 49
8월 7일 산문 ─ 빙수가 녹을 때까지 쳐다보았어 55
8월 8일 시 ─ 따라 부르는 노래 63
8월 9일 산문 ─ 삶의 음표 71
8월 10일 시 ─ 준June 77
8월 11일 산문 ─ 다리를 뻗고 자는 사람 83
8월 12일 산문 ─ 하느님의 입맞춤 89
8월 13일 산문 ─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95
8월 14일 산문 ─ 극락라테 한잔 주세요 101
8월 15일 시 ─ 옥루몽 113
8월 16일 산문 ─ 쓸 수 없는 돈 117
8월 17일 산문 ─ 식은 몸들이 환하게 불 피울 때 121
8월 18일 시 ─ 소서 127
8월 19일 산문 ─ 여름이 오면 131
8월 20일 산문 ─ 수술 두 시간 전 137
8월 21일 산문 ─ 어쩌면 로맨스 141
8월 22일 산문 ─ 빛과 향이 고와서 147
8월 23일 산문 ─ 카키 151
8월 24일 짧은 소설 ─ 신의 딸을 사랑해도 될까요? 157
8월 25일 산문 ─ 잡지 만들기 대작전 171
8월 26일 산문 ─ 나의 모험 일지 179
8월 27일 시 ─ 보호자 침대 201
8월 28일 산문 ─ 2월 26일 205
8월 29일 산문 ─ 새 안경 생각 221
8월 30일 편지 ─ 보나에게 231
8월 31일 시 ─ 해빈수첩 239

작가 소개
  • 작가김보나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의 모험 만화』가 있다.
출판사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