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발표된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斜陽」은 몰락해 가는 옛 귀족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패전 직후 일본 사회 전체의 붕괴와 재생을 그려낸 걸작으로, 발표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며 "사양족斜陽族"이라는 유행어까지 낳았다. 아버지를 여의고 재산과 저택을 잃은 어머니와 딸 가즈코, 그리고 전쟁에서 돌아온 아들 나오지, 세 모자가 도쿄를 떠나 이즈의 작은 산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가즈코의 1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소설은 "일본에서 마지막 귀부인"이라 불릴 만큼 기품 있게 살아가던 어머니의 죽음, 마약 중독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생 나오지, 그리고 그런 상실을 겪으면서도 낡은 도덕에 맞서 "혁명"을 감행하며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는 가즈코의 모습을 교차시킨다.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에서 영향을 받은 몰락 귀족의 서사에, 다자이 특유의 자조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문체가 더해져 절망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려는 의지가 도드라진다.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입니다"라던 「인간실격」의 절망과는 달리, 「사양」의 가즈코는 낡은 세계가 무너지는 자리에서 스스로 새로운 도덕을 만들어 내려 한다. 귀족계급의 종언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개인의 실존적 선택이 맞물리며,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다자이 문학 중 가장 널리 사랑받는 장편소설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