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掌篇 세 편 — 소설 「만원」, 자전적 수필 「일문일답」, 풍자 콩트 「한심한 것들」 — 을 한데 묶었다. 장르도 어조도 제각각인 세 편을 나란히 읽으면, 짧은 분량 안에서도 서정·고백·풍자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자이 특유의 폭을 확인할 수 있다.
만원満願
1938년 발표작. 화자인 '나'가 이즈 미시마에서 자전거 사고로 다친 다리를 치료받으며 알게 된 마을 의사 부부와의 짧은 교유를 그린다. 화자는 의사가 정성껏 돌보는 한 젊은 여인을 알게 되는데, 그녀는 폐를 앓는 소학교 선생의 아내로 남편의 건강을 위해 오랫동안 부부 관계를 자제하라는 의사의 당부를 묵묵히 지켜온 인물이다. 어느 8월의 아침, 화자는 마침내 그 기다림이 끝난 그녀의 얼굴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이야기는 조용히 막을 내린다.
'만원満願'이라는 제목은 본디 기원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을 뜻하는 불교 용어로, 인고의 시간 끝에 찾아온 해방의 순간을 암시한다. 격정적인 자기 고백과 파멸적 정서로 잘 알려진 다자이의 여느 작품들과 달리, 이 소설은 절제된 관찰자의 시선과 담담한 문체로 일관하며 직접 말해지지 않는 인물의 내밀한 기쁨을 은근하게 포착해낸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다자이 문학의 서정적인 얼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품이다.
일문일답一問一答
1942년, 한 신문사의 인터뷰에 응하는 형식으로 발표된 자전적 수필. 원래 부제는 '삼십세의 변三十歳の弁'으로, 서른세 살의 다자이가 최근의 감상을 묻는 질문에 답하며 정직과 욕심, 사랑과 신앙, 자신의 젊은 시절 작품과 지금의 화풍에 이르기까지 담담히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다. "정직하게 진행하면 생활은 실로 간단해진다"거나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식의 고백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리지 않고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문답 형식 덕분에, 이 글은 다자이의 다른 소설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소탈하고 즉흥적인 어조를 띤다. 자신의 의지박약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정직과 사랑이라는 화두를 진지하게 붙들고 있는 이 짧은 문답은, 픽션 너머에 있는 인간 다자이 오사무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한심한 것들あさましきもの
제목과 형식은 헤이안 시대 수필 『마쿠라노소시枕草子』의 유명한 단段 '한심한 것들'에서 빌려왔다. 세이 쇼나곤이 열거식으로 세상의 한심한 순간들을 늘어놓았던 것처럼, 다자이도 자신이 들었다는 세 개의 짧은 일화를 나란히 늘어놓는다 — 애인 앞에서 금주를 맹세해놓고 이틀 만에 술에 취해 나타난 영화배우, 무심한 대학생 애인의 뒷모습을 쫓으며 자신이 걸레처럼 느껴졌다는 여인, 그리고 감형을 노려 가짜 기침을 연기하다 검사에게 조소당한 사기꾼. 마지막에는 이 세 가지를 냉소적으로 열거한 자기 자신조차 '파렴치한 글쟁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조하며 글을 맺는다.
어둡고 격렬한 자기 고백으로 잘 알려진 다자이의 이미지와 달리, 이 짧은 콩트는 가볍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인간의 허영과 자기기만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고전 수필의 형식을 빌려 현대의 인간 군상을 풍자하는 재치, 그리고 그 풍자의 화살을 결국 자기 자신에게까지 돌리는 자조적 유머는 다자이 문학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