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에 발표된 「도쿄팔경東京八景」은 다자이 오사무가 자신의 도쿄 십 년 생활을 여덟 개의 풍경에 담아 정리한 자전적 소설이다. 서른두 살이 된 화자 '나'는 이즈의 한 산촌 여관에 틀어박혀, 도쿄 지도를 펼쳐놓고 지난 십 년을 되짚는다. 첫 여자와의 동거와 이별, 자살 미수와 기소유예, 약물 중독으로 인한 입원, 두 번의 자살 시도, 그리고 마침내 재혼과 함께 찾아온 평온한 문필 생활에 이르기까지 — 도츠카의 장마, 핫초보리의 불꽃놀이, 이타바시 정신병원의 코스모스처럼 그때그때 머물렀던 동네의 풍경이 곧 그 시절 그의 삶 자체가 된다.
「도쿄팔경」은 다자이 스스로 "청춘에 대한 결별의 사"라 밝혔듯, 자기 파괴로 점철되었던 이십 대를 매듭짓고 안정된 삼십 대 작가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쓰인 작품이다. 격정적인 고백과 냉소적인 자조를 오가면서도, 글 말미에 이르러서는 "예술은 나다"라는 단언으로 스스로의 문학을 정면으로 긍정한다. 사소설私小説 전통에 서 있으면서도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대담함과, 그것을 풍경이라는 객관적 형식으로 정제해내는 균형 감각이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인간실격이나 사양 같은 후기 대표작들이 그려낼 몰락과 파멸의 정서를 예비하면서도, 동시에 그 모든 방황 끝에 도달한 작은 안정과 다짐을 담담히 그려낸다는 점에서 「도쿄팔경」은 다자이 문학 전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