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에 발표된 「비용의 아내ヴィヨンの妻」는 다자이 오사무의 전후 대표 단편으로, 술과 여자에 빠져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시인 남편과, 그런 남편의 뒷수습을 떠맡게 되는 아내의 시점에서 그려진다. 어느 날 밤 남편이 술집 주인의 돈을 훔쳐 달아나고, 그 빚을 대신 갚기 위해 아내는 남편이 신세를 진 그 작은 술집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손님을 상대하고 술을 나르는 낯선 노동 속에서 그녀는 뜻밖에도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과 생기를 발견한다.
제목의 '비용'은 15세기 프랑스의 방랑 시인이자 도둑이었던 프랑수아 비용을 가리킨다. 재능은 있지만 사회 규범 밖에서 방탕하게 살아가는 남편을 비용에 빗대면서도,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그런 남편을 견디며 살아가는 아내다. 다자이의 다른 작품들이 대개 파멸해가는 남성 화자의 내면을 파고드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심지어 어떤 활기마저 띠며 살아가는 생명력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인간이란, 죄를 짓고도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 것 같다"는 아내의 마지막 독백은 다자이 문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널리 인용되는 구절 중 하나로 꼽힌다.
같은 해 발표된 「사양斜陽」과 더불어 전후 다자이 문학의 정점을 이루는 이 작품은, 몰락과 파괴 속에서도 인간이 살아남는 방식에 대한 다자이 특유의 통찰을 가장 응축된 형태로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