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자리가 힘들다고 느꼈을까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사무실, 팀장은 마지막으로 노트북을 덮으며 오늘 하루를 떠올린다. 오전에는 상사에게 불려가 프로젝트 일정을 왜 이렇게 잡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팀원들과 상의해서 현실적으로 맞춘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더 당길 방법을 찾아보라"는 한마디였다. 오후에는 그 일정을 팀원들에게 다시 전달해야 했다. "지난주에 확정했던 거 아니었어요?"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말을 골랐다. 결국 "위에서 그렇게 됐다"는 말로 얼버무렸고, 회의실을 나서는 팀원들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그 사이사이 메신저 알림은 쉬지 않고 울렸다. 다른 팀과의 협의 요청, 갑자기 잡힌 임원 보고, 휴가를 앞당겨야 할 것 같다는 팀원의 조심스러운 메시지까지.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어 보였고, 결국 정작 하려던 일은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 내린 여러 판단 중 어느 것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찜찜함이 계속 남았다.
이 장면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 오히려 너무 흔해서 문제다. 상사의 요구와 팀원의 사정 사이에서, 어느 쪽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한 채 하루를 마감하는 일. 많은 팀장이 이런 하루를 반복해서 겪는다. 이 책은 그 반복되는 하루에서 시작한다.
팀장이라는 자리는 이상하다. 승진했다는 축하를 받았지만, 정작 그 자리에 앉고 보니 이전보다 자유로워진 것은 별로 없다. 결정할 수 있는 것보다 결정을 전달해야 하는 일이 더 많고, 책임질 일은 늘었는데 그 책임을 감당할 권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팀원일 때는 상사만 신경 쓰면 됐지만, 이제는 상사와 팀원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겪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실제로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간관리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다.
이 어려움은 흔히 개인의 역량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저 사람은 리더십이 부족해서 힘들어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자리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특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위로부터의 지시와 아래로부터의 현실이 늘 매끄럽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으며, 그 간극을 매일 메워야 하는 사람이 바로 팀장이다. 이 사실을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힘든 순간마다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지금 서 있는 자리의 성격을 먼저 이해하는 여유가 생긴다.
이 책의 제목이 "낀 자리가 아니라, 잇는 자리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팀장이 자신의 자리를 "위와 아래 사이에 끼어서 양쪽 눈치를 보는 자리"로 느낀다. 이 느낌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실제로 그런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은 힘들다. 다만 이 책은 그 자리를 조금 다르게도 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위와 아래를 모두 볼 수 있는 자리는, 조직 안에서 흔하지 않은 위치이기도 하다. 경영진의 의도와 현장의 사정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자리, 그 둘을 서로에게 번역해서 전달할 수 있는 자리. 이 책은 그 가능성을 "잇는 자리"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다. 리더십을 연구해 온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위를 향한 관계와 아래를 향한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지치지 않고 버티는 자기 자신까지 세 방향에서 이 자리를 다시 들여다본다. 다만 어떤 이론도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