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생각나는 것들思い出す事など』은 1910년 8월, 슈젠지修善寺 온천에서 대량의 위출혈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든 '슈젠지의 큰 병' 이후 병상에서 집필되어 1910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자전적 수필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돌아온 작가는 이 글에서 한여름의 병실과 그날의 기억, 그리고 평생 마음에 새겨 둔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놓는다.
작품은 "겨우 다시 병원까지 돌아왔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석 달 전 여름, 병원 2층 처마에 길게 드리운 갈대 차양으로 뜨거운 낮을 가리던 시절, 맞은편 높은 여관의 건조대에 알몸의 사내 둘이 나와 난간 위를 위태롭게 건너고 가로대 위에 일부러 드러누워 장난치던 광경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나날. 그리고 8월 24일 새벽, 베개 곁 대야에 쏟아진 선홍빛 피와, 몸을 돌린 순간과 선혈을 본 순간 사이에 조용히 끊어져 있던 의식의 공백까지. 소세키는 죽음과 나란히 누웠던 시간들을 담담하고 정확한 필치로 되살려 낸다.
그러나 이 글은 단순한 병상 기록이 아니다. 병상에 누운 작가의 의식 속으로는 유년 시절 집 안에 걸려 있던 수십 폭의 그림, 젊은 나이에 병들어 세상을 떠난 두 형의 얼굴, 슈젠지에서 누운 채 지어 옮겨 적은 하이쿠와 한시, 열차가 끊긴 가운데 도착한 아내의 편지, 침상 곁에 조용히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 같은 기억들이 물결처럼 밀려온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되살아난 이 기억들은 위대한 작가의 가장 사적인 얼굴을 드러낸다.
여기에 윌리엄 제임스의 죽음, 도스토옙스키와 투르게네프에 대한 사유, 오이켄의 '정신생활'을 둘러싼 성찰 등 문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지적 회상이 자연스럽게 얽혀 들어와, 이 작품을 한 시대 최고의 지성이 남긴 정신의 자서전으로 끌어올린다.
『생각나는 것들』은 『영일소품』『유리문 안에서』와 함께 소세키 후기 수필의 정수로 꼽히며, 죽음을 체험한 뒤 '칙천거사則天去私'의 경지로 나아간 그의 문학 세계 전환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극적인 사건의 서사 없이 오직 기억의 편린들로만 빚어진 이 책은, 소설가로서의 소세키가 아닌 한 인간 소세키의 가장 진실한 목소리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