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사랑하면서 정작 나만 빠져 있는 삶을, 이제는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가족을 돌보고, 해야 할 일을 해내며 살아왔다.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조차 선뜻 대답할 수 없게 되었다.
해야 하는 일은 늘 분명했지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 질문의 답은 점점 흐려져 있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오래 미뤄두었던 나를 만나러 가기 시작했다. 혼자 제주로 떠났고, 책을 읽었고, 글을 썼다. 낯선 길에서는 생각보다 씩씩한 나를 만났고, 책에서는 내가 알지 못했던 삶의 가능성을 보았다. 글을 쓰면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가족과 일을 버리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삶 안에 다시 나를 데려오고 싶었다.
『나와의 로맨스가 시작되었다』는 완벽하게 자신을 사랑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때로는 다시 자신을 뒤로 미루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알아차리고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미루지 않고, 소중한 것에 내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었다.
가족과 일을 먼저 챙기느라 자신을 오래 미뤄온 사람에게,
문득 ‘그런데 나는 어디에 있지?’라는 생각이 든 사람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다.
내 삶을 끝까지 살아갈 사람은 결국 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