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교통사고는 제 삶의 시계를 단숨에 멈추어 버렸습니다. 병원 침대에서 보낸 길고 어두운 시간, 저를 지탱해 준 것은 매주 찾아와 따뜻한 손을 잡아주시던 목사님과 사모님의 기도, 그리고 가시밭길 같은 삶에서도 한 번도 제 손을 놓지 않은 아내 정숙자의 헌신과 미소였습니다. 늘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푸르스름한 새벽도 큰 위로였습니다.
끝없을 것 같던 절망의 터널을 지나 다시 일상을 마주하며, 저는 작은 어항 속 수중정원을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새잎을 틔우는 화이트 나나와 미누엉 트리, 그 사이를 평온하게 헤엄치는 골든백새우와 치새우를 바라보는 ‘물멍’의 시간은 제게 생명의 경이로움과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 작은 행복은 또 다른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복지관에서 만난 장애인 이웃들과 어항을 함께 바라보고, 정성껏 키운 수초와 새우를 나누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장애라는 다름을 넘어 ‘같이’와 ‘함께’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응원하는 시간, 그것이 제가 삶에서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어울림’이었습니다.
복지관에서 AI라는 새로운 세계를 배우며, 저는 또 다른 내일을 향해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 아픔의 기록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그리고 작은 생명들이 저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에 대한 고백입니다. 제 어항 속 작은 수초 한 포기가 따뜻한 인연이 되었듯, 이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한 ‘멈춤’과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