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세이

쉼팡에 앉아서

이승호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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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7,600 ⓒ
쉼팡에 앉아서
듣기기능미지원파일정보PDF
총 용량7.0 MB이용기기
ISBN9791172671310
책 소개
제주의 바람과 들판에서 시작된 한 지리학자의 삶은 결국 세계의 기후와 사람을 향해 나아갔다. 『쉼팡에 앉아서』는 기후학을 연구해 온 이승호 교수가 평생 걸어온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제주도 중산간 마을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이후 서울에서 오랜 시간 학문과 교육의 길을 걸으며 30여 년 넘게 학생들에게 기후학을 가르쳐 왔다. 북극과 중앙아시아, 몽골 초원과 아프리카,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을 답사하며 만든 자료는 고등학교 교과서와 대학교 지리학과 전공 필수 도서인 『기후학』의 구석구석을 채워 주었고, 그때의 경험이 이 책 곳곳에 살아 숨 쉰다. 답사가 직업인 덕에 다닌 곳도 많은데, 제주에서 서울까지의 왕래도 만만치 않다. 장소가 많아 여행에세이 같기도 하지만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왜 지리였는지에 대한 고백이자, 그로 인해 얻은 유의미한 결실을 담은 지리 인생에세이다.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기록이다.

풍요로웠다면 나 역시 시간을 우선순위로 두었겠지만, 항상 비용이 우선순위였다. 그런 덕에 서울과 제주를 잇는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볼 수 있었다. 용산역에서 완행열차에 자리를 잡고, 열 시간 넘게 시달린 후 목포역에 내렸다. 11시에 출항하는 안성호를 타기 위해 거의 몸무게의 절반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여객선 터미널로 내달렸다. 나를 태운 안성호가 다도해를 벗어나자마자 시작한 뱃멀미는 제주항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힘든 여정이 헛되이 시간만 낭비한 것은 아니었다. 배가 묶이기도 하고, 노령산맥에 눈이 내리면 고속버스가 거북이걸음을 하기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호남지방과 제주도의 기후를 비교적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런 여정 덕이었다.  _시작하면서 중에서


저자의 고향 마을에는 공동목장이 있었고, 그곳으로 가려면 급경사의 길을 올라야 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덕에 올라설 즈음, 쉴 만한 곳이 마련되었다. 먼 길에 쉬어야 할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숨을 고르며 그간의 안부를 묻고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곳, 쉼팡이다. ‘쉼팡’은 ‘쉼’과 ‘팡’이 합성된 제주도 말로 팡은 평평한 턱을 뜻한다. 
 가파른 길을 오르던 사람들이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안부를 나누던 장소처럼, 이 책 역시 독자에게 잠시 머물며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공간이 된다. 담담한 문체로 살아온 시간을 들려주는데 그 속에 기후와 지리, 인간과 환경이 있다.

제주도 중산간 마을에는 어디나 공동목장이 있었다. 마을은 대략 해발 150m 전후에 자리 잡았고, 공동목장은 해발 200~300m인 곳이었다. 겨우내 쇠막외양간을 지키던 가축은 봄에 새싹이 나오기 시작하면 공동목장으로 올라가 가을이 올 때까지 자유롭게 풀을 뜯었다. 주인이 가끔 목장을 찾아 확인하고, 필요한 약을 발라 주면 그만이었다. 공동목장은 거의 나무가 자라지 않는 광활한 초원이었고,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어서 가축들을 불러 모았다.
중략 문제는 그 시기에 집집이 가축을 키울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먹고살 일을 해결해야 하니, 모두 밭으로 나가야 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번쇠番소’라는 공동 사육 제도를 운용하였다. 작은 동네 단위로 10~15가구를 한 묶음으로 하여 순번을 정해 놓고 하루씩 가축을 돌보았다. 결국 10~15일

목차
머리말
시작하면서/가야 했던 길 

1부 세월이 흐른다
모두 그렇게 살았다 
버릴 것이 없었다  
감이 익어 갈 때면  
첫 도외島外 여행  
우황청심환의 아픔  
야속함을 남긴 첫 해외 여행  
군 입대도 힘들었다  
그날의 고구마  
잊을 수 없는 할머니 두 분  
강릉, 그리고 인연  
서른다섯의 믿음  
명당 사랑!  
지구가 참 좁아요!  
27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  

2부 삶에서 지리를 배우다
제주도 고사리는 누구나 좋아한다  
가을 추위: 번쇠 이야기  
몽곳놈의 새끼  
고구마에서 귤로  
보리밥 이야기: 감히 쌀밥을?
답사가 결혼을 선물하였다  
하나의 길에서도 단풍 차이가  
겨울에 결혼하였다  
김장 맛은 다양하다  
호남선을 달리던 여름 완행열차  
오지를 달리던 꼬마 기차  
섬에선 물이 귀하지만  
남녀칠세부동석은 경상도에서  
따불빽이 싫다던 염부 아저씨  
제주도 옥돔과 영광 굴비  

3부 길에서 지리를 배우다 1 - 우리의 산야에서
지경동산과 나의 시력  
구름도 안개처럼  
눈은 언제나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제주도와 서울은 눈도 다르다  
경험으로 배운다  
겨울철 고향 가는 길  
강릉에 우데기가?  
서울과 제주는 추위도 다르다  
참석하지 못한 고등학교 졸업식  
섬은 묶여 봐야 맛을 안다  
겨울철 배를 타 봐야  
섬사람들은 말이 빠르다!  
내가 안다고 남들도 아는 것은 아니다 1  
내가 안다고 남들도 아는 것은 아니다 2  

4부 길에서 지리를 배우다 2 - 먼 나라 들판에서
돌멩이 하나도 신성하다  
해가 기울었는데  
안경을 거부하는 사람들  
인연과 넓은 발  
어디 사람이 장사를 잘 할까?  
사막의 사람들과 도시 사람  
사막에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여행 중에는 몸에 맞는 물을  
알라의 뜻으로  
벌써 저녁을 달라고요?
술 즐기는 사람들  
다시 만나지 못한 인연  
여행에는 돌발 상황이 있기 마련  
아프리카 첫 여행에서  
그들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왜 이누이트 만남을 우려했을까?  
가는 날이 똥 푸는 날?  
북극에서 술?  
따뜻한 이누이트  

마무리하면서/흐르는 강물처럼

작가 소개
  • 작가이승호
제주도 중산간 마을에서 태어나 이웃 마을 초등학교를, 제주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그 후 대학 시절을 포함하여 인생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다. 1994년에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근무하였고, 1995년부터 건국대학교 지리학과에서 기후학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북극에서 남극까지를 목표로 지구를 답사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중국의 서역, 몽골과 아프리카 초원, 북극 등을 제자들과 혹은 자녀와 답사하였다. 특히 가족과 함께 아일랜드에서 지내는 1년 동안 7만km 넘게 운전하면서 곳곳을 둘러보았다. 『기후학』, 『한국의 기후&문화 산책』, 『자연과의 대화, 한국』, 『아일랜드 여행 지도』 등을 저술하였고, 『우리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완벽한 빙하시대』 등을 공동으로 번역하였다.
출판사
푸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