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세이

하이쿠, 바쇼에서 시키까지

오석륜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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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1,200 ⓒ
하이쿠, 바쇼에서 시키까지
듣기기능미지원파일정보PDF
총 용량2.3 MB이용기기
ISBN9791172671334
책 소개
일본을 대표하는 하이쿠 시인, 바쇼와 시키를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어떻게 알고 있는가. 『하이쿠, 바쇼에서 시키까지』는 하이쿠의 성인으로 불리는 바쇼의 '침묵과 여백의 미학'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더하여, 처음으로 하이쿠라는 용어를 쓰며 하이쿠의 근대화를 이끌어간 시키의 '사생과 현실 인식'을 독특한 시각으로 읽어내고 있다. 말言은 넘쳐나고, 감정은 과잉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겨우 열일곱 자밖에 안 되는 바쇼와 시키의 하이쿠는 ‘침묵’과 ‘관찰’을 통해 깊은 메아리를 선물해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연과 사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하이쿠, 바쇼에서 시키까지』는 한 권의 책에 바쇼와 시키, 두 시인만의 하이쿠 135편을 번역하고 해설을 붙여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 아니, 처음일지도 모른다. 특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바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에 덜 알려진 시키의 작품을 감상하는 일이다. 그는 우리를 근대적 자의식과 객관적 시선의 공존으로 이끌어갔으며, 동아시아 문학이 어떻게 근대로 이행했는지를 가르쳐준 인물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쿠를 그저 감상하는 차원이 아니다. 동아시아 미학의 뿌리를 살피는 일이다. 나아가 인문학이 품고 있는 따뜻한 깊이와 넓이에 닿는 일이다. 한국문학, 특히 시와 시조가 과거와 현재를 비추며 미래의 길을 찾아가는 데도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와의 높은 적합성으로 요즘 한국에서 좋은 기운으로 일고 있는 디카시dica詩와도 분명 건강한 동행자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천천히 읽게 한다'는 점이다. 작품마다 원문과 우리말 번역, 그리고 해설을 곁들여 한 편의 시를 오래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시가 태어난 시대와 문화, 계절어의 의미, 작품에 담긴 역사와 일화를 이해하고 나면, 열일곱 자의 짧은 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드물게 한국문학과 일본문학에 정통한 저자 오석륜 시인은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울림을 살리기 위해 일본 하이쿠의 5·7·5로 된 17자를 우리말로도 무리하게 17자로 풀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말이 지닌 운율과 여운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모든 작품에 일본어 원문과 읽는 방법도 함께 수록해, 독자들이 원문을 직접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작품마다 배경과 문화, 역사, 표현 기법을 친절하게 해설해, 하이쿠를 처음 접하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도한 해석을 지양하면서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제공해, 읽는 즐거움과 사유의 깊이를 함께 전한다.

 오늘부터는/증표를 없애자/삿갓의 이슬
今日よりや書付け消さん笠の露
바쇼는 오쿠노호소미치 여행의 동반자인 제자와 여행하며 삿갓에 문구를 새겼다. 그러다 제자가 병으로 이탈하게 되어 혼자만의 여행을 받아들이며 삿갓에 묻은 아침이슬로 그 증표를 지우겠다는 것이다. 범상치 않은 바쇼의 시적 능력이 읽힌다.


아귀가 입을/벌리고 있는데/싸라기눈 뛰어드네
鮟鱇の口あけて居る霰かな
시키는 커다란 알갱이의 싸라기눈이 뚝뚝 떨어져 어물전 가게 앞에 매달린 아귀의 커다란 입속으로 계속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그 순간을 포착했다. 그것을 하이쿠에 담아낸 능력은 놀랍다. 아귀

목차
책을 펴내며 

바쇼의 하이쿠
〈1부〉
남의 말 하면/오랜 연못에/대합조개의/흰머리 뽑는/도미 자반의/밝은 달이여/여름 잡초여/마른 가지에/장맛비를/원숭이 우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아/첫눈 내리네/겨울 국화여/벼룩과 이가 뛰고/이른 겨울비/여름밤이여/밤중에 몰래/애처롭구나/가을도 이미/둘이서 봤던/세상 사람은/그림자여/산골 마을은/나폴나폴/7월이여/들판 가로지를 때/해마다/바위산의/찬 바람 불어/자네, 불火을 때/불어 날려 버리는/국화 향기여/겨울바람 걷는 몸은/자, 눈 구경하러/아, 별것 아니네

〈2부〉
하얀 국화를/오늘부터는/몇 겹 구름 사이에 두고/잘 익은 오디여/매화 하얗게/반딧불이여/흥이 나다가/세밑 대청소/들판의 해골/기사카타象潟여/그 향기가/뭉게구름이/문어 단지여/어린잎으로/여름밤이여/장맛비여/두견새 소리/요시토모義朝의/초라한 초암草庵에/장사꾼이 파는/어찌 되었건/귀여운 이름/초가을이여/올벼 향기여/이른 겨울비여/화롯불이여/땅에 쓰러져/파도 지나간 후/딱따구리도/하찮은 사람이라/자물쇠 열고/산속에서는/달 구경하는/무언가 써서

시키의 하이쿠
〈1부〉
떠나는 내게/아귀가 입을/감을 먹으니/해가 비치는/유채꽃이여/서늘함이여/한 치의 풀에/많은 섬에/애증愛憎은/북쪽 지방의/떫은 감은/별 하나 날아/첫눈이 와도/소낙비에게/수세미 피고/밤이 길구나/또 하나 별이/여름 풀이여/재미있구나/매년 그렇듯/기세 좋게/어린 은어가/짧은 밤의/양하꽃보다/장미를 자르는/술 취해 누워/여동생 볼을/모래알 같은/세상도/씩씩하게/버드나무 잘라도/무사 거리가/참억새인지/가는 가을아

〈2부〉
네 시에 까마귀/맨드라미가/여름의 광풍/하품을 하는/나비가 나네/눈이 내리네/번개가 치고/새로 쓴 묘에/수국이여/말아 올리며/풋콩이여/우듬지를/산골 마을/어스름 달빛/베고니아꽃/달팽이 머리/서 있는 것 중에/아귀도 먹어/연극 보러 가/병상의/끈이 떨어진/장맛비에도 갠 하늘/관음觀音님 뵐 때/나팔꽃들이/북적거릴/초목도 메말라/도토리와/따스한/찬바람 속에/농부가/양귀비꽃에/가는 봄이여/벼 향기로세

부록
1. 하이쿠俳句란 무엇인가 그 정의와 역사
2.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생애와 하이쿠
3.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의 생애와 하이쿠

참고문헌

작가 소개
  • 작가오석륜
시인, 번역가.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인재개발원 주임교수를 거쳐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문화체육관광부·한국연구재단·국립중앙도서관 등 정부 여러 부처에서 심사위원·추천위원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했고 일본 문학과 관련한 많은 논문을 썼다.
주요 시집과 산문집으로는 『종달새 대화 듣기』, 『사선은 둥근 생각을 품고 있다』, 『파문의 그늘』, 『그리움은 바람의 성질을 갖고 있다』, 『진심의 꽃-돌아보니 가난도 아름다운 동행이었네』가 있고, 연구서와 번역서로는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일본 시인』, 『일본 시인, ‘한국’을 노래하다』,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 시를 읽는다』, 『시사일본어』공저, 『일본어 번역 실무 연습』, 『미디어 문화와 상호 이미지 형성』일본어판, 공저, 『철 늦은 국화-다시 읽는 일본 단편소설 걸작선』, 『한국 사람 다치하라 세이슈』,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등이 있다.

출판사
푸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