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정부가 인공지능을 소유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예측서도, 기술 해설서도 아니다. 하나의 조건문에서 출발한 사회사고실험이다. 만약 어느 국가가 초거대 인공지능을 기업으로부터 국유화하고, 그 지능을 예산과 세금, 복지와 산업정책, 나아가 대통령의 참모석과 국회의 법안 검토대에까지 배치한다면 —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처음엔 인간이 AI를 이용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는 점차 AI의 예측과 판단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국가가 AI를 소유한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AI라는 새로운 의사결정 체계에 의존하게 된 것인가?
이 책은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체계론, 사이버네틱스의 피드백 이론, 베버의 관료제와 테크노크라시라는 네 개의 이론적 렌즈를 통해 이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AI 국유화라는 하나의 사건에서 출발해 AI 행정, AI 관료제, 사이버네틱스 국가, AI 테크노크라시, AI 정치와 경제,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국가의 충돌에 이르기까지 — 총 8부 32장에 걸쳐 하나의 가상 국가가 30여 년에 걸쳐 변해가는 과정을 촘촘히 따라간다.
권력은 어떻게 선출된 정치인에게서 알고리즘 설계자에게로 조용히 이동하는가. 국가비상사태라는 예외 상황에서 임시로 부여된 AI의 권한은 왜 좀처럼 다시 축소되지 않는가. 국민은 억압이 아니라 "이의를 제기할 곳이 사라졌다"는 무기력감으로 독재를 체감할 수 있는가. AI에게 통치받기를 원하는 국민투표 결과는 정말 자유로운 선택의 산물인가. 그리고 국가가 시장의 모든 정보를 가장 정확히 알게 되는 순간, 시장경제는 여전히 시장경제라 할 수 있는가.
이 책은 AI를 무조건 위협으로도, 무조건 구원으로도 그리지 않는다. 대신 가상의 국무회의실, 청문회, 공청회, 그리고 한 시민의 민원 창구를 오가며 독자에게 묻는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 책이 남기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이다.
AI 국유화의 진짜 문제는 AI를 누가 소유하느냐가 아니다. AI를 통해 국가가 무엇으로 변하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