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원짜리 동전 하나가 하루를 설레게 했고,
학교가 끝나면 문방구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종이 인형의 옷을 오리고, 뽑기판 앞에서 작은 번호 하나에 마음을 걸었다. 골목에서는 해가 질 때까지 숨바꼭질을 했고, 소풍날 아침이면 부엌에서 김밥 냄새가 먼저 하루를 깨웠다.
《추억 상회》는 그렇게 사라진 물건과 풍경을 한 편씩 진열해 놓은 추억 시집이다.
백 원짜리, 학교 앞 문방구, 종이 인형, 뽑기, 골목 놀이에서 시작해 친구 집 전화번호와 비밀 편지, 운동회와 소풍, 가족사진과 부모님의 시간, 현상소의 사진과 비디오테이프, 공중전화, 손편지와 종이 지도까지 한 시대의 일상이 네 개의 장을 따라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복고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다. 저자는 ‘그때로 돌아가자’고 말하지 않는다. 그 시절에는 하찮아 보였던 백 원짜리 동전, 전화번호 몇 자리, 오래된 냄새와 골목의 목소리가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사진 한 장을 보기 위해 며칠을 기다리고, 약속 장소를 바꿀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편지 한 장을 보내고 답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던 시절. 모든 것이 지금보다 느렸지만 그 기다림 때문에 한 번의 만남과 한 장의 사진, 한 통의 편지를 조금 더 오래 마음에 담았는지도 모른다.
사라진 물건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물건과 함께 살았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장을 덮은 뒤 어느 날 익숙한 냄새나 오래된 노래 한 소절이 마음속 작은 문을 연다면, 《추억 상회》는 다시 조용히 문을 열 것이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어린 시절 골목과 문방구를 기억하는 사람, 부모님과 가족의 오래된 풍경이 문득 그리워지는 사람, 아날로그 시대의 기다림을 기억하는 사람, 짧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을 찾는 사람, 부모님이나 오랜 친구에게 선물할 책을 찾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