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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현관 쪽에서 짧은 소리가 난다. 초인종이 아니라 문을 손가락으로 두드린 듯한 소리다. 텔레비전의 목소리와 냉장고의 낮은 진동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집 안의 사물들이 각자의 자리에 놓여 있었다. 컵은 식탁 위에 있고, 휴대전화는 소파 틈에 있으며, 몸은 하루의 끝을 향해 느슨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두 번의 노크가 그 질서를 바꾼다. 손은 먼저 멈추고, 시선은 문 쪽으로 향한다. 문밖의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집 안의 시간은 이미 이전과 다르다.
우리는 현관 카메라와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택배 알림이 있는 시대에 산다. 방문자는 도착하기 전에 메시지를 보내고, 배달 물품은 사람보다 먼저 문 앞에 놓이며, 낯선 얼굴은 화면 속 작은 사각형으로 먼저 나타난다. 그럼에도 문 앞의 낯선 사람은 여전히 오래된 감각을 깨운다. 누구인가. 왜 왔는가. 문을 열어도 되는가. 열지 않는다면 무엇을 외면하게 되는가. 이 질문들은 안전 수칙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 앞의 한 사람은 집 안의 관계, 소유, 책임, 두려움, 예의의 구조를 드러낸다.
문학은 이 짧은 정지의 순간을 오래 사용해 왔다. 고대 서사에서 낯선 나그네는 신의 시험일 수 있었고, 종교적 이야기에서 손님은 환대의 의무를 묻는 존재였다. 근대 가정소설에서 방문은 혼인과 평판과 계급을 움직였고, 추리소설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의뢰인은 사건을 가져왔다. 공포소설에서는 같은 노크가 내부의 안전을 파괴하는 예고가 되었다. 전쟁과 이주의 서사에서 문 앞의 사람은 살 곳을 잃은 피난민이거나, 수색과 체포를 집행하는 권력이었다. 장면은 닮았지만, 문을 둘러싼 권리와 위험은 같지 않았다.
이 책은 ‘문은 경계다’라는 한 문장으로 모든 작품을 묶지 않는다. 그런 문장은 편리하지만 너무 빨리 장면을 닫는다. 어떤 문은 단지 인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장치일 뿐이다. 어떤 방문은 희극적 오해를 만들고 끝난다. 어떤 작품에서는 문보다 편지나 창문이나 계단이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하려면, 누가 문을 관리하는지, 문 앞의 정지가 얼마나 길게 서술되는지, 방문 뒤 내부의 질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장면이 작품 전체의 갈등과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문과 문턱이라는 사물을 중심으로 환대·침입·계급·불안·사생활을 시대와 장르에 따라 비교하는 12장 문화비평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