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센터에서 미생물을 받아온 적이 있다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걸 넣으면 정말 작물이 좋아질까.
시중의 미생물 제품 설명을 읽다 보면 기대는 더 커진다. 뿌리 활착을 돕고, 양분 이용을 높이고, 병을 억제하고, 가뭄과 염류를 견디게 한다고 한다. 어떤 제품은 비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고, 어떤 제품은 화학농약을 보완한다고 말한다. 설명만 놓고 보면 미생물은 농사에 필요한 일을 거의 다 해낼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연구실에서 잘 작동한 균이 밭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한 농가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제품이 옆 지역에서는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같은 작물이라도 품종이 달라지면 반응이 달라지고, 같은 균주라도 토양의 산도와 염류, 수분, 기존 미생물군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균이 충분히 살아남지 못하면 애초에 시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 책은 좋은 균의 순위를 매겨주지 않는다. 대신 판단하는 순서를 준다.
첫째, 미생물의 농업적 효과를 다섯 변수로 읽는 법이다. 어떤 균인가, 어떤 작물인가, 어떤 토양인가, 어떤 환경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관되고 투입됐는가. 연구 결과를 내 밭으로 옮기기 전에 빠뜨린 조건이 없는지 확인하는 체크 프레임이다.
둘째, 증거가 어느 단계까지 올라왔는지 가려내는 법이다. 정체 확인, 생존, 도달과 정착, 기능, 농업적 결과. 시험관에서 병원균 성장을 억제했다는 결과와 수확량이 늘었다는 결과가 왜 전혀 다른 층위인지, 방제율 50퍼센트가 왜 농약 50퍼센트 감축을 뜻하지 않는지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광고 문장을 시험 설계로 되돌리는 법이다. 비료를 줄인다는 주장을 검증하려면 표준시비 구역과 감량시비 구역과 감량시비에 미생물을 더한 구역이 모두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 대조구가 왜 필요한지, 하나가 빠지면 무엇을 알 수 없게 되는지를 실제 포장시험 사례로 보여준다.
효과가 없었던 연구도 성공 사례와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 살아있는 미생물과 멸균 처리 사이에 차이가 없었던 장기 포장시험, 생육반응을 미생물이 아니라 함께 들어간 영양분으로 해석한 연구, 생육지표는 좋아졌지만 최종 수확량으로 이어지지 않은 시험이 그대로 실려 있다. 어디서 작동하지 않았는지 알아야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대두 접종, 균근과 인산, 병해를 줄이는 미생물농약, 고온과 가뭄과 염류 대응까지 실제 작동이 확인된 영역을 짚고, 브라질과 일본과 유럽연합과 미국과 한국이 미생물 제품에 무엇을 요구하기 시작했는지도 정리했다. 부록에는 미생물 이름을 읽는 법, 제품 라벨 판독 워크시트, 100제곱미터 비교시험 기록지, 근거등급 판별표, 용어사전을 실어 책을 덮은 뒤 바로 쓸 수 있게 했다. 본문에는 이해를 돕는 도해 14종이 들어간다.
읽는 사람은 이런 분들이다. 미생물 제품을 써봤지만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농가, 자재비를 줄이고 싶지만 수확량을 걸고 실험하기는 두려운 재배자, 농업 현장에 조언해야 하는 지도사와 컨설턴트, 토양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말이 궁금한 독자.
이 책은 특정 제품이 듣는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이 근거가 내 밭에 얼마나 가까운지 스스로 판단하고, 100제곱미터짜리 작은 비교시험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법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