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 포기를 셋으로 나눠 하나는 냉장고에, 하나는 식탁 위에, 하나는 소금에 절여 김치로 담근다. 시작은 같은 배추인데 시간이 지나면 세 배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간다. 하나는 시들고, 하나는 물러지고, 하나는 신맛과 향을 얻는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가장 흔한 대답은 "김치에는 좋은 미생물이 자랐기 때문"이다. 김치에는 유산균, 빵에는 효모, 치즈에는 곰팡이, 된장에는 바실러스가 있다는 식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그 설명이 실제 음식에서 벌어지는 차이를 거의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같은 김치도 냉장고 온도가 다르면 익는 속도가 달라진다. 같은 배추라도 소금 농도가 달라지면 초기 미생물의 경쟁조건이 바뀐다. 같은 효모라도 몇 도에서 발효했는지에 따라 가스와 향의 패턴이 달라진다.
발효는 미생물 이름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 책은 발효를 다섯 조건으로 읽는다. 무엇을 발효하는가, 누가 존재하고 실제로 일하는가, 어떤 환경인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고 그동안 무엇이 누적됐는가, 어떤 공정을 거쳤는가. 이 다섯 개를 함께 놓으면 김치와 요구르트, 빵과 치즈, 된장처럼 서로 달라 보이는 음식도 같은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
발효가 바꾸는 것도 여섯 갈래로 나눠 본다. 맛, 향, 질감, 보존성, 성분과 소화가능성, 그리고 안전성이다. 이 여섯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향이 좋아졌다고 더 안전한 것이 아니고, 어떤 성분이 늘었다고 임상적 건강효과가 생긴 것도 아니다. 특히 건강효과는 성분이 변한 사실, 시험관에서 기능이 관찰된 사실, 동물에서 효과가 난 사실, 사람이 먹고 생리지표가 바뀐 사실, 질병예방이 확인된 사실을 각각 다른 단계로 구분해 읽는다. 앞 단계가 뒤 단계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미생물이 들어 있다고 곧바로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전도 따로 다룬다. 산도가 내려갔다거나 소금이 많이 들어갔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위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발효가 보존장벽을 만든다는 것과 법적·위생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은 다른 질문이다. 14장은 잘된 발효와 위험한 발효를 무엇으로 가르는지, 무엇을 보고 멈춰야 하는지를 다룬다.
김치에서는 소금과 온도가 미생물의 순서를 어떻게 정하는지, 요구르트와 치즈에서는 같은 우유가 산과 효소라는 두 갈래로 어떻게 갈라지는지, 빵과 술에서는 같은 효모가 왜 한쪽에서는 가스를 다른 쪽에서는 알코올을 남기는지, 메주에서 시작한 콩이 어떻게 된장과 간장과 고추장이라는 다른 음식이 되는지를 따라간다. 마지막에는 자연발효에서 스타터로, 다시 설계된 미생물군집으로 넘어가는 흐름까지 짚는다.
부록에는 발효조건 기록지, 주요 발효 미생물·효소 지도, 연구를 읽을 때 쓰는 Evidence Card, 건강효능 체크리스트, 안전자료 확인 경로를 실었다. 본문에는 이해를 돕는 도해 21종이 들어간다.
읽는 사람은 이런 분들이다. 집에서 김치나 빵, 요구르트를 담그며 왜 매번 결과가 다른지 궁금했던 사람, 발효식품의 건강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고 싶은 사람, 식품과 미생물을 공부하는 학생, 발효를 다루는 일을 하며 근거를 정리하고 싶은 사람.
이 책은 만능 레시피를 주지 않는다. 대신 어떤 조건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읽는 눈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