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검정표를 받아들고도 퇴비량은 예년과 똑같이 정하는 농가가 있다. 검정표에는 산도와 유기물, 유효인산, 염류 같은 숫자가 나란히 적혀 있다. 그런데 실제로 시비를 정할 때는 그중 유기물 한 칸만 눈에 들어온다. "유기물이 낮네. 퇴비를 좀 더 넣어야겠다." 해마다 비슷한 판단이 반복된다.
이 판단이 늘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퇴비가 토양에 유기물만 넣는 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퇴비를 넣으면 탄소가 들어온다. 동시에 질소와 인산, 칼리도 들어온다. 원료에 따라 염류와 나트륨, 구리와 아연 같은 성분도 함께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유기물이 부족하다"와 "퇴비가 더 필요하다"는 같은 문장이 아니다. 그 사이에는 몇 가지 질문이 빠져 있다. 무슨 퇴비인가. 어떤 원료로 만들었는가. 충분히 후숙됐는가. 내 토양에는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이미 많은가. 그 양을 맞추려고 퇴비를 늘렸을 때 다른 성분이 넘치지는 않는가.
이 책은 그 빠진 질문을 다시 넣는다.
퇴비의 효과를 퇴비 하나의 성질로 설명하지 않고 다섯 조건의 조합으로 본다. 무엇으로 만들었는가, 어떻게 퇴비화했는가, 지금 얼마나 성숙하고 안전한가, 어느 토양과 작물에 쓰는가, 얼마를 언제 어떻게 넣는가. 같은 이름의 퇴비도 이 다섯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결과도 한 덩어리로 보지 않는다. 조성, 성숙과 안전, 토양 반응, 작물 반응, 농업·경제 결과를 다섯 단계로 나눠 읽는다. 토양유기물이 늘었다는 것과 수량이 늘었다는 것, 화학비료를 줄여도 수량이 유지됐다는 것, 비용을 포함한 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서로 바꿔 쓸 수 없는 문장이다. 토양 연구의 결과가 농가의 결과처럼 확대되는 지점을 이 사다리로 잡아낸다.
특히 인산을 따로 다룬다. 질소를 맞추려고 퇴비량을 늘리면 인산과 칼리도 같은 비율로 늘어난다. 작물이 요구하는 비율과 퇴비가 공급하는 비율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인산은 질소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매년 반복하면 토양검정에 그 결과가 쌓인다. 21년 장기시험에서 유기탄소와 토양 질소 공급력은 좋아졌는데 인산 잉여가 함께 나타난 사례를 통해, 퇴비의 장점을 오래 쓰기 위해 오히려 퇴비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설명한다.
미숙퇴비 피해도 하나의 원인으로 묶지 않는다. 암모니아, 유기산, 산소 소비, 재발열, 질소 부동화, 염류라는 여섯 경로를 나눠, 증상이 같아도 확인할 항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업용 가축분퇴비의 비료 공정규격과 농장 가축분뇨 퇴비의 부숙도 기준은 적용대상이 다른 별개의 체계라는 점도 표로 분리해 정리했다.
마지막 두 장은 계산과 기록이다. 토양검정표와 퇴비 분석표를 나란히 놓고 질소와 인산, 칼리를 한꺼번에 계산한 뒤, 인산이 먼저 한계가 되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질소를 따로 조정하는 순서를 밟는다. 그리고 100제곱미터짜리 작은 비교시험으로 그 계산이 내 밭에서도 맞았는지 직접 확인한다.
부록에는 퇴비 분석성적서 판독법, 양분 계산 워크시트, 토양검정 기반 시용 판단표, 100제곱미터 비교시험 기록지, 3년 누적 기록표를 실었다. 본문에는 이해를 돕는 도해 14종이 들어간다.
읽는 사람은 이런 분들이다. 해마다 관행량으로 퇴비를 넣어온 농가, 유기물은 올리고 싶은데 인산과 염류가 걱정인 시설재배자, 농가에 조언해야 하는 지도사, 자원순환과 토양 탄소에 관심 있는 독자.
이 책은 퇴비를 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