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이미 난키치의 「쇼보와 크로正坊とクロ」는 마을마을을 떠돌며 공연하는 작은 서커스단을 무대로, 곡예소년 쇼보와 늙은 곰 크로 사이에 싹튼 특별한 우정을 다섯 장에 걸쳐 그려낸 동화다. 크로는 원래 조련사 고로가 돌보던 서커스단의 인기 곰이었지만, 사다리 곡예를 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한 쇼보를 유독 따르게 되면서 둘만의 신뢰가 싹튼다. 배탈이 나 무대에 오르길 거부하던 크로가 오직 쇼보의 손길과 「용감한 수병」 노랫가락에만 마음을 여는 장면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보는 존재들의 깊은 교감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흥행이 여의치 않아 단원들이 하나둘 떠나고 서커스단이 끝내 해체되면서, 크로는 도시의 동물원으로 팔려 가고 쇼보는 오치요와 함께 메리야스 공장에 취직한다. 헤어진 뒤로도 크로는 매일 파란 하늘만 올려다보며 쇼보를 그리워하고, 첫 정기 휴일에 쇼보가 동물원을 찾아와 다시 그 노래를 흥얼거리자 크로는 목이 터져라 울부짖으며 반가움을 표현한다. 화려한 무대 뒤편의 가난과 이별,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그리움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결말은, 니이미 문학 특유의 페이소스가 잘 드러나는 대목으로 꼽힌다. 서커스 무대 장면에서는 나팔 소리에 맞춰 흉내 내는 "소코누케 장군" 놀이처럼 유머러스한 활극이 펼쳐지는가 하면, 단장이 진짜로 화가 난 줄 알고 쇼보를 물어 나르는 크로의 모습에서는 동물의 순수한 충심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화려함과 가난, 웃음과 이별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곤여우」나 「장갑을 사러」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람과 동물 사이의 신뢰와 그리움을 그린 니이미 문학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