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귀 가까이에서 마지막으로 말했다.
“사랑해.”
그 문장은 기억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어떤 소리였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소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TV의 볼륨을 올려도 들리지 않았고, 전화기 너머 아빠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치료를 받고, 조금 돌아온 소리를 보청기로 붙잡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다시 멀어졌고, 결국 다른 방식으로 듣는 삶을 선택해야 했다.
『안 들리지만 잘 듣고 있습니다』는 청력을 잃은 과정을 설명하는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리를 잃고, 되찾기를 기다리고, 다시 잃고, 인공와우를 선택하고, 새로운 소리를 처음부터 배워가는 시간 속에서 한 사람이 상실을 자신의 삶 안에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괜찮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자리에서 앞으로 가기로 결정하는 일이었다.
열 해가 지난 지금도 모든 말을 완벽하게 듣지는 못한다. 때로는 알아들은 척하고, 사람 많은 곳에서는 더 힘들고, 피곤한 날에는 익숙한 말도 낯설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얼굴을 보고, 기다리고, 문맥을 살피며 자신의 방식으로 듣는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소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일,
끝까지 이해하려는 일,
그리고 잃어버린 것과 새로 생긴 것을 함께 데리고 살아가는 일.
무언가를 잃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사람에게,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있던 사람에게 오래 남을 문장들을 건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