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앞에 앉는다. 손을 뻗어 젓가락을 집어 든다. 너무 흔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이라, 우리는 좀처럼 그 손끝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동작,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익힌 습관이기에 그 안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굳이 물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국경을 하나 건너면, 이 아무렇지 않은 동작이 완전히 달라진다.
서울의 식탁 위에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납작한 쇠젓가락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반드시 숟가락이 함께 놓인다. 도쿄의 밥상에는 끝이 가늘게 깎인 나무젓가락이, 작은 받침 위에 가로로 얌전히 놓여 있다. 숟가락은 보이지 않는다. 베이징의 원형 식탁 위에는 사람 손가락보다 훨씬 긴 대나무 젓가락이 놓이고, 그 젓가락은 자신의 앞접시가 아니라 식탁 한가운데, 모두가 함께 먹는 큰 접시를 향해 뻗어 나간다. 세 나라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장면을 한 번쯤 목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는 그저 “다르구나” 하고 지나칠 뿐,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같은 동아시아, 같은 유교 문화권, 같은 쌀농사 문화권이라 불리는 세 나라. 지도 위에서는 손바닥만 한 거리를 두고 이웃해 있고, 한자와 젓가락, 밥과 국이라는 공통의 문법을 오랫동안 공유해왔다. 그런데 왜 젓가락은 이토록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재질이 다르고, 길이가 다르고, 심지어 짝을 이루는 도구까지 다르다. 이것은 단순한 취향의 차이가 아니다. 젓가락은 각 나라가 무엇을 먹었는지, 밥상을 누구와 어떻게 나누었는지, 무엇을 예의로 여겼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아주 조용히, 그러나 아주 정확하게 보여주는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