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따라 살아보니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만 있던 한 사람이 흙을 만지며 다시 움직였다. 상추를 심고 봉숭아 씨앗을 뿌리며 다음 계절을 기다렸고, 농사를 배우면서 24절기를 만났다.
처음에는 농사를 잘 짓기 위한 기준이라고 생각했다. 씨앗을 뿌릴 때와 준비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지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절기를 하나씩 알아갈수록 그 속에 삶의 리듬이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봄에는 시작하는 마음을 세우고, 여름에는 견뎌낸 날들을 생각했다. 가을에는 받은 것에 감사하며, 겨울에는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며 다음을 준비했다.
이 책은 24절기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농사법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24절기를 따라 계절을 바라보고, 그 계절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 한 사람의 기록이다. 건축에서 농업으로, 콘크리트에서 흙으로 삶의 방향을 바꾸어온 저자는 흙을 일구고 공부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도 여러 계절이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멈춰 있던 시간도,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시간도, 새로운 일을 꿈꾸는 시간도 모두 삶의 절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