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풍경이 몇 번이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 작은 씨앗 하나를 심었습니다. 어떤 이는 고요한 눈 내리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또 어떤 이는 눈 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의 한복판에서 그 씨앗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우리들의 시간은 어느덧 울창한 숲이 되어 <나의 오래된 계절>이라는 이름으로 당신 앞에 섰습니다.
사실 성장이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짙어지는 이파리의 색깔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거센 비바람에 가지가 휘청이고, 때로는 지독한 가뭄에 뿌리 끝이 타들어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멈춰있던 시간조차 사실은 흙 밑으로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던 치열한 계절이었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우리는 글을 쓰는 내내 스스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나의 계절은 왜 이토록 더디게 흐르는지, 왜 나만 여전히 차가운 흙 속에 머물러 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홀로였다면 그저 한 그루의 나무로 남았을 우리들이 서로의 그림자를 포개며 비로소 울창한 숲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잊혀가는 기억의 조각을 붙잡았고,
누군가는 다가올 내일의 빛을 길어 올렸습니다. 서로의 아픔이 어느덧 푸른빛을 띠기 시작할 때, 그 변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는 함께 목격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동안 당신의 시계도 잠시 숲의 속도에 맞춰 흐르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정성껏 가꾼 이 오래된 계절이 당신의 고단한 하루에 시원한 그늘 한 점 드리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이 책을 덮을 때쯤, 당신의 마음에도 짙은 초록빛 이야기 한 조각이 오래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공동저자 中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