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수천 년 동안 꿈꾸어 온 이상사회는 왜 아직 현실이 되지 못했는가.
기독교는 하나님나라를 말했고, 불교는 자비와 깨달음의 세계를 지향했으며, 유교는 대동과 덕치의 질서를 꿈꾸었다. 유대교의 정의, 이슬람의 공동체적 책임, 힌두교의 다르마와 해탈, 도교의 무위와 자연 역시 인간이 자기 욕망을 넘어 더 좋은 인간과 더 나은 공동세계를 이루어야 한다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응답이었다.
《종교에서 정치문명으로》는 이러한 종교와 문명전통의 성취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자비·용서·정의·평화라는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보존하면서, 왜 그 가치들이 개인의 구원과 깨달음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질서로까지 충분히 확장되지 못했는지를 묻는다.
종교는 인간의 내면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선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사회 전체가 정의롭게 작동한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사랑이 개인의 선의에만 머문다면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없고, 정의가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진다면 불의한 권력을 지속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사랑은 법과 복지로, 자비는 경제와 돌봄으로, 정의는 공정한 제도로, 평화는 지속 가능한 사회체제로 내려와야 한다.
이 책은 그 전환의 철학적 토대를 《성학成學·신경神經》의 <중첩존재론>과 <창조적 성장론>에서 찾는다. 인간을 처음부터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자기 안의 가능성과 신성神性, Divinity을 자유와 책임으로 실현해 가는 ‘완성된 미완성’으로 보고, 경전에서 영성으로, 영성에서 신성으로, 다시 개인의 신성에서 사회의 질서로 나아가는 인간과 문명의 성장과정을 해명한다.
그 철학은 다시 《신新·神중첩체제론》을 통하여 사회체제로 확장된다. 자유와 평등, 공공과 시장, 지도성과 국민주권처럼 인류가 서로 대립시켜 온 가치들을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내지 않고, 각각의 성취와 미완성을 함께 평정하여 중립重立·중첩重疊·중화重和의 새로운 관계질서로 재창조한다.
그리고 그 철학과 체제가 법·정책·경제·복지·국가운영의 현실에서 작동하는 정치적 실체가 K-Politics다.
《종교에서 정치문명으로》가 말하는 정치문명은 신정정치가 아니다. 특정 종교가 국가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오랫동안 발견하고 보존해 온 사랑·존엄·책임·정의·평화의 가치를 모든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보편적이고 공적인 질서로 실체화하는 것이다.
신성을 개인의 내면에서 사회의 질서로.
종교가 꿈꾸어 온 이상사회가 더 이상 경전 속 약속이나 피안의 희망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사회와 국가의 살아 있는 현실이 될 수 있는가. 이 책은 그 오래된 물음에 철학·체제·정치를 하나로 연결한 새로운 문명적 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