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덕주는 국어학과 의미론을 기반으로 언어·인공지능·문화·철학·사회정책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구해 온 연구자이자 저술가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으며, 한국어·문화 관련 공공사업과 정책연구에도 참여하였다. 문학 분야에서는 시인으로 등단하여 시집 『마법의 가을』을 펴냈고, 문학답사와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등 학술연구와 문학적 실천을 함께해 왔다.
언어학에서는 일반언어학·언어문화론을 토대로 언어가 인간의 인식과 내면세계에 미치는 작용을 탐구해 왔으며, 개인 연구영역으로 언어주술학·언어유희학·인공지능언어학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의미와 뉘앙스, 기호와 대상의 관계, 언어에 의한 심상세계의 형성과 변화에 관심을 두며, 전통적인 인문학적 문제를 현대 인지과학과 인공지능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약 20년 동안 언어와 지능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지능정보학이라는 학제적 연구 방향을 모색해 왔다. 최근에는 대규모 언어모델의 언어 생성과 추론 현상을 언어학적으로 해석하는 인공지능언어학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을 실제 연구·저술 방법론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 보기보다 인간의 질문과 AI의 탐색·정리·추론 능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가는 협업 지능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연구 관심은 언어학에 한정되지 않는다. 무한과 공리, 의미와 존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수학철학적 연구, 인간과 사회의 행복을 학제적으로 탐구하는 행복공학,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와 윤리, 문화자산과 온톨로지, 정책 및 문명론 등으로 연구영역을 확장해 왔다. 서로 다른 학문을 단순히 병렬적으로 결합하기보다 하나의 근본 질문을 여러 학문의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자신의 연구방법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칸토어 비판』 역시 이러한 연구 궤적에서 탄생하였다. 저자는 언어의 다의성을 연구하던 중 기호·의미·대상의 관계에 관한 문제가 수학적 대상의 존재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칸토어의 무한론과 집합론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약 10년에 걸친 탐구를 통해 자연수와 무한집합의 관계를 다시 검토하면서, **‘생성규칙 기반 잠재성’과 ‘원소 자격’**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자신의 해석을 정리하였다. 이 책에서는 칸토어 수학의 성과를 부정하기보다 수학적 정리와 그것에 부여되는 존재론적 해석을 구별하고, “무한은 완성된 전체인가, 아니면 끝없이 생성 가능한 구조인가”, “집합의 원소는 어떠한 자격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제갈덕주의 연구를 관통하는 태도는 완성된 답보다 새로운 질문의 가능성을 중시하는 것이다. 기존 학문의 성취를 배우되 그 경계에서 다시 질문하고, 언어학·철학·수학·인공지능·문화연구를 오가며 하나의 문제를 여러 층위에서 재해석하는 것을 연구의 중요한 방법으로 삼고 있다. 『칸토어 비판』은 그러한 연구 태도가 수학의 ‘무한’이라는 오래된 문제와 만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