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비인간 생명, 변형되는 몸을 낯설고 다정하게 그려 온 작가 짐리원의 첫 소설집. 서울의 익숙한 풍경 위로 재건축 아파트를 휘감은 투명한 이무기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어 치우는 돌연변이 오리, 인간의 효율을 위해 잘려 나가는 손과 억압받는 날개, 잃어버린 가을의 바람을 느끼기 위해 찾아온 미래의 시간 여행자가 등장합니다. 작가는 낯설게 변해 가는 도시 생태계에서 인간과 비인간 생명이 맺는 기묘하고 애틋한 관계를 포착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무너지는 세계를 완벽하게 구원하거나 생태계를 인간의 뜻대로 통제하려는 영웅들이 아닙니다. 그저 누군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곁을 지키고, 냉동실에 잘린 손을 숨기며, 하늘로 날아가려는 오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는 평범한 사람들이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 속에서도 빛과 바람, 구름을 사랑할 뿐입니다. 세상을 완전히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한 존재가 맞이할 다음 장면만큼은 바꾸어 내는 작고 다정한 돌봄의 서사입니다.
그렇게, 쓸쓸하면서도 경이로운 ‘아직 오지 않은 여름’을 향한 열 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하여 짐리원의 세계는 끝나기 직전에도, 혹은 그래서 더 이토록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