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을 올린 날, 상세페이지에는 사진도 있고 설명도 있고 가격도 있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는 자리는 비어 있다. 별점 옆의 숫자가 0이다. 판매자는 그 빈칸을 볼 때마다 마음이 급해진다. 첫 구매가 일어나야 리뷰가 생기고, 리뷰가 생겨야 다음 구매가 쉬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인에게 구매를 부탁하거나, 큰 혜택을 걸고 빠르게 후기를 모으거나, 아직 검증하지 않은 표현까지 앞세우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이 책은 리뷰가 없는 신제품이 인기를 흉내 내는 방법을 다루지 않는다. 더 많은 사회적 증거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도 다루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첫 구매를 판단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을 다룬다. 그 출발점은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니라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증거은행은 자료를 쌓아 두는 폴더가 아니다. 주장, 증거, 범위, 날짜, 책임자를 연결한 운영 장부이다. 어떤 문구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하는지, 그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언제 갱신해야 하는지, 어느 채널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관리하는 체계이다. 이 장부가 있으면 상세페이지 제작자는 과장된 카피를 줄일 수 있고, 고객상담자는 같은 질문에 일관된 답을 줄 수 있으며, 품질 담당자는 소비자 반응과 기존 증거가 충돌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