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전날 밤, 프리랜서는 작업 파일보다 메신저 창을 더 자주 본다. 고객이 오후에 주기로 한 최종 문구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거의 끝났지만 문구가 바뀌면 줄바꿈과 이미지 배치도 달라진다. 담당자는 대표 확인 중이라고 말한다. 대표는 회의가 길어진다고 한다. 프리랜서는 기다리는 동안 다른 부분을 손본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고객은 문구 두 줄과 함께 새로운 사진 세 장을 보낸다. “이왕이면 이 사진도 넣어 주세요. 내일 오전 공개 일정은 그대로입니다.”
이 책이 다루는 납기 시스템은 복잡한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한 사람이 운영할 수 있는 약속의 구조이다. 먼저 시작 조건과 다음 단계의 진입 조건을 정한다. 고객의 결정 시점, 포함 수정의 경계, 위험 통지 기준, 최종본 판정과 종료 증거도 함께 정한다. 이 조건들이 이어져야 일정이 실제로 움직인다. 도구는 종이 한 장이어도 된다. 단계마다 상태, 책임자, 기한, 확인 근거가 남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책은 계약, 착수금, 선행자료, 중간마감, 고객검수, 수정, 완충시간, 지연통지, 파일명과 버전, 최종 인수확인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각 항목을 따로 알고 있어도 연결하지 않으면 효과가 약하다. 착수금을 받았지만 자료가 없으면 시작할 수 없다. 중간본을 보냈지만 검수 기한이 없으면 일정은 멈춘다. 수정 횟수를 정했지만 수정의 범위를 정의하지 않으면 한 번의 수정이 재제작이 될 수 있다. 최종 파일을 보냈지만 수령 확인이 없으면 프로젝트 종료 시점이 흔들린다. 납기는 부분 규칙의 모음이 아니라 앞 단계가 다음 단계를 여는 사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