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연필』은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가 사진이라는 새로운 예술의 초기 표본들을 모아 엮은 작품이다. 이 책은 화가의 붓이 아닌 오직 빛과 화학 작용만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사진 그림 모음집으로, 자연이 직접 새긴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탈보는 이탈리아 여행 중 스케치의 어려움을 겪으며,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보이는 자연의 이미지를 영구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면 하는 바람에서 사진술을 고안하게 된다. 질산은과 염화은을 이용한 실험 끝에 그는 빛의 작용으로 종이에 이미지를 새기는 방법을 발견한다. 이 작품에 수록된 판화들은 퀸스 칼리지의 풍경, 도자기와 유리 제품, 파트로클로스의 흉상, 열린 문, 식물 잎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담고 있으며, 각각의 이미지들은 당대의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빛의 섬세한 작용을 보여준다.
『자연의 연필』은 사진이라는 혁신적인 예술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연의 법칙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수록 더욱 완벽해질 사진 예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세부 묘사의 정확성과 원근법의 탁월함은 이 새로운 예술이 앞으로 회화 작품으로서 차지할 지위를 예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