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은 미야자와 겐지가 1924년 무렵부터 세상을 떠난 1933년까지 거의 십 년에 걸쳐 몇 번이고 고쳐 쓴 원고로, 정작 생전에는 발표되지 못하고 사후 유고 정리 과정에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진 작품입니다. 여러 차례의 개고 흔적이 남은 미완의 원고라는 점 자체가, 겐지가 이 이야기에 얼마나 오래 매달렸는지를 보여줍니다.
무대는 어느 여름밤, 은하수를 도는 축제켄타우루스 축제가 열리는 마을입니다. 아버지가 집을 비우고 홀로 어머니를 돌보며 가난하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소년 조반니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처지입니다.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조반니는 어느새 은하수를 달리는 신비한 기차에 올라탑니다.
기차는 백조 정거장, 켄타우루스 축제가 한창인 강변, 새를 잡아 파는 기묘한 사내, 타이타닉호의 침몰로 세상을 떠난 형제자매들이 앉은 좌석을 차례로 지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여정이 깊어질수록 조반니는 '모두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고, 마침내 캄파넬라와의 이별이라는 뜻밖의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 작품에는 겐지 자신의 독실한 니치렌종 신앙과 기독교적 상상력, 천문학과 광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한데 녹아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전갈자리 신화자신을 잡아먹으려던 족제비에게서 도망치다 우물에 빠져 죽어가던 전갈이, 헛되이 죽느니 남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기도하다 불타는 별이 되었다는 삽화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타적 희생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우주를 달리는 기차라는 독창적 소재, 시적이고 몽환적인 문체, 그리고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결말로, 「은하철도의 밤」은 오늘날까지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이자 일본 근대 아동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힙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여러 영화·연극으로도 각색되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번 판본은 일본어 원문에 후리가나를 달고, JLPT 레벨별 단어장과 한국어 번역을 함께 실어 일본어 학습자도 원문의 시적인 문체를 그대로 음미하며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