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이 많은 요리점注文の多い料理店」은 미야자와 겐지가 1924년 자비로 펴낸 동화집의 표제작으로, 이 책은 그가 생전에 정식으로 출간한 단 두 권의 책시집 『봄과 수라』와 이 동화집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시에는 거의 팔리지 않아 재고가 그대로 쌓였다고 전해지지만, 오늘날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사냥을 나섰다가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은 두 신사는 안내를 맡았던 사냥꾼과 개들마저 잃어버린 채 허기와 추위에 지쳐 갑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근사한 서양 요리점 '산고양이 축헌'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안으로 들어섭니다.
문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금속류를 놓아 주세요', '향수를 뿌려 주세요', '몸에 소금을 발라 주세요' 등 친절해 보이는 주문이 잇따라 붙어 있습니다.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려는 준비겠거니 여기며 순순히 따르던 두 신사는, 마지막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그 모든 주문이 실은 자신들을 요리하기 위한 준비였다는 소름 끼치는 진실을 깨닫습니다.
겁에 질려 벌벌 떨던 두 사람은 마침 근처를 지나던 사냥꾼과 개들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한번 구겨진 얼굴은 끝내 원래대로 펴지지 않았다는 마지막 문장이 서늘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기자기한 판타지처럼 시작해 서늘한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이 블랙 유머 동화에는, 사냥을 즐기며 자연을 함부로 대하던 두 신사에 대한 풍자와 함께, 평생 채식을 실천하며 뭇 생명을 소중히 여겼던 미야자와 겐지 자신의 신념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예측을 뒤집는 구성과 반복되는 주문 문구의 리듬감 넘치는 문체를 일본어 원문과 후리가나로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JLPT 단어장과 한국어 번역을 함께 실었습니다. 표제작다운 짜임새와 반전의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