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런던. 안개가 내려앉은 어느 날, 한 남자가 조용한 하숙집에 들어온다. 밤마다 안개 낀 런던 거리에서 여성들이 살해되고, 신문은 연일 범인을 "어벤저복수자"라 부른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 궁핍에 몰린 은퇴 집사 부부의 집에 한 신사가 하숙을 청한다. 조용하고 예의 바르며 통 큰 사례금을 척척 내는 나무랄 데 없는 손님. 다만 그는 매일 밤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가 새벽에야 조용히 돌아온다. 살인 장면은 단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독자가 목격하는 것은 오직 하숙집 여주인 엘렌 번팅과 그녀 곁의 젊은 형사 조 챈들러의 시선 — 진실을 마주한 인간이 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뿐이다. 이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27년 동명 영화를 비롯해 수차례 영화화되며 스릴러 장르의 원형으로 자리 잡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