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라미르스 가문의 후예 곤살루 멘드스 라미르스. 오래된 영지와 성채, 가문의 이름은 지녔지만 현실의 그는 정치적 영향력도 경제적 안정도 갖추지 못한 젊은 귀족일 뿐이다. 그는 12세기 조상의 무용담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을 쓰며 가문의 명예를 문학으로나마 되살리려 하지만, 정치적 야망이 커질수록 자신이 경멸했던 권력의 세계와 점점 가까워진다. 문학 속 영웅과 현실의 자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균열을, 에사 드 케이로스는 비극적이면서도 놀랍도록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19세기 포르투갈 지방 귀족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의 욕망과 자기합리화는 지금 읽어도 낯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