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세이

빈자리의 온도

박정환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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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3,500 ⓒ
빈자리의 온도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23.7MB이용기기
ISBN9791176821551
책 소개
『빈자리의 온도』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빈자리들을 바라보는 에세이다. 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척으로 사람과 공간, 계절과 기억에 남은 온도를 읽어낸다. 따뜻한 곳에 머무는 다정함인 ‘복’, 그리고 누군가 떠난 자리에 고이는 그늘인 ‘액’. 국숫집 천장 아래 피어오르는 김, 세월이 밴 외투, 이름을 불러주는 시장, 말없이 더 담기는 밥 한 공기까지.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은 저자의 시선을 통과하며 저마다의 사연과 온도를 품은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이 책은 행복한 순간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 떠난 자리,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계절,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시간 속에 오래 머문다. 빈 의자와 낡은 코트, 아무도 앉지 않는 그네와 지워진 이름들은 단순한 상실의 상징이 아니다. 한때 그 자리에 존재했던 사랑과 관계,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의 증거로 남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공항 입국장과 분만실 복도에서,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를 향해 미리 기울어 기다리는 마음. 떠나는 자식의 마지막 밥상과 폐업을 앞둔 가게에서, 끝나가는 줄 알면서도 차마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온기. 검사 결과를 앞둔 평범한 아침, 마지막 차가 떠난 골목 어귀, 면회가 끝난 보호소의 불 꺼지기 직전 풍경까지. 저자는 삶의 가장 조용한 순간들을 붙잡아,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감정의 결을 펼쳐 보인다. 그 기다림과 머무름에 저자가 어떤 이름을 붙였는지는, 책장을 넘기는 사람만이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한 편 한 편이 독립된 풍경이면서도, 한 사람의 이야기로 천천히 모여든다. 오래도록 남의 빈자리만 들여다보며 받아 적던 화자가, 끝내 자기 식탁 건너편의 빈자리를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까지. 타인의 온기를 관찰하던 사람이 자신의 온기를 끌어안기에 이르는 그 조용한 이행이, 흩어진 풍경들을 하나의 궤적으로 잇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어느새 자신의 빈자리 하나를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목차
프롤로그
아직 식지 않은 자리

1부 눈에 밟히는 작은 온기들
- 복은 늘 작은 것들 곁에 있었다.
1. 떨림을 먼저 알아채는 마음
2. 세월이 밴 외투
3. 바다가 들어온 가게
4. 볕이 옮겨 앉는 담벼락
5. 허공을 좇는 눈 어두운 고양이
6. 누군가의 이름이 불리는 곳
7. 보일러실에 잠시 깃든 것
8. 사라진 집으로 데려가는 냄새
9. 마지막 눈 위의 발자국

2부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
- 복은 다정한 곁을 떠나지 않았다.
1. 곧 돌아올 사람의 자리
2. 먼저 고개를 숙이는 사람
3. 추위를 나눠 덮던 집
4. 봄비에 함께 젖은 우산
5. 그래도 다시 오는 발걸음
6. 말없이 더 담기는 밥
7. 이름을 잃어도 남는 다정
8. 다음 차가 들어오기 전까지
9. 처음 앉는 의자 위에서
10. 데려가지 못해도, 매주
11. 처마 아래 켜둔 작은 등

3부 떠난 자리에 남는 것들
- 떠난 자리에는 복도 액도 함께 남았다.
1. 남겨진 의자의 그림자
2. 발소리가 잦아드는 계단
3. 밤이 되면 들리는 목소리
4. 아직 말하지 않은 작별
5. 아무도 앉지 않는 그네
6. 주인을 잃은 코트
7. 새벽 두 시의 단골
8. 젖은 발자국이 마르는 동안
9. 이름이 지워진 화분
10. 두 사람 몫의 밥
11. 더는 마주 앉을 사람이 없는
12. 빈소 옆, 끝까지 비어 있던 의자 두 개
13. 햇빛에 떠오르는 옛 간판
14. 유리창에 비친 다른 사람의 곁

4부 아직 오지 않은 것들 곁에서
- 오지도 않은 것에도, 먼저 와 있는 온기가 있었다.
1. 눈이 오기 전,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
2. 첫 출근 전날 새벽의 빈 사무실
3. 아직 아무도 살지 않는 집
4. 산달이 가까운 부엌
5. 망이 흩어진 자리에 복이 오던 밤
6. 어둠 속에서, 같은 방향으로
7. 여름 저녁, 내일 올라갈 셔터
8. 밤새 차오르는 것들
9. 우편함을 열지 못하는 손
10. 공항 입국장, 문이 열리기 전
11. 누군가를 향해 기운 빈자리들
12. 새벽 응급실, 두 방향의 기다림
13. 장마의 끝, 두 개의 컵

5부 아직 여기 있는 동안
- 끝나가는 줄 알면서도, 그 온기를 끌어안았다.
1. 떠나는 자식의 오늘 저녁 밥상
2. 폐업 일주일 전, 여느 때처럼
3. 끝인 줄 몰랐던 날
4. 여름밤, 물이 식어가는 소리
5. 검사 결과 전날의 평범한 아침
6. 보내지 못한 안녕
7. 곧 헐릴 집의 마지막 살림
8. 이사 가기 전날, 동네 한 바퀴
9. 노인의 마지막 또렷한 가을
10. 면회가 끝난 보호소의 소등 전
11. 마지막 차가 사라질 때까지
12. 공중전화 부스 안의 십 분
13. 비 오는 오후의 네 시 십삼 분
14. 끝내 풀지 못한 매듭
15. 헌책방, 떠나는 책과 오는 손
16. 벤치에 건넨 따뜻한 차 한 잔

6부 보이지 않게 된 자리
-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1. 천장을 잊은 초여름 오후
2. 늦여름 강가의 맞잡은 손
3. 가을 저녁, 돌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4. 초겨울, 다시 그 국숫집 창가

에필로그
사라진 계절들의 목록

작가 소개
  • 작가박정환
다리를 떠는 버릇이 있다. 어릴 적부터 “복 달아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어느 날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아, 정말 복이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머물까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머무는 온기에 복이라는 이름을, 떠난 자리에 고이는 그늘에 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좇다 보니 한 권이 되었다.
무언가를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오래 보는 사람에 가깝다. 무엇이 지나갔는지보다 무엇이 남았는지를 먼저 본다.
『빈자리의 온도』는 그 조용한 시선이 모여 만들어진, 떠난 자리에 남는 작은 온기들을 따라 걸은 기록이다.

출판사
미다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