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빈 껍질

히구치 이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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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껍질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15.2MB이용기기
ISBN9791124898840
책 소개
히구치 이치요는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로 짧은 생애 동안 남긴 작품들은 현대에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1872년에 태어나 1896년 폐결핵으로 향년 24세로 세상을 떠난 그녀는 여러 단편으로 일본 근대 문학의 주요 흐름을 형성했다. 본작 『빈 껍질』은 그런 여러 단편 중 하나로 소외된 사람들의 숨소리와 불안한 일상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전자책은 그녀의 문장 세계를 한국어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며 소설의 숨결과 분위기를 최대한 보존하려 했다. 메이지 시대 여성 작가의 시선이 어떻게 일상의 틈새를 비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이다.

작품은 집의 칸수가 세 다다미 넓이의 현관까지 합쳐 다섯 칸인 비좁지만 남북으로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한 셋집에서 시작된다. 마당은 넓고 심어놓은 나무숲도 무성하며 자리도 고요하지만 대문 기둥에 팻말을 붙인 지 석 달 남짓 되었어도 세들 사람이 정해지지 않아 주인 없는 문 앞 버드나무 가지만 헛되이 나부끼는 쓸쓸함이 있다. 보증금과 집세가 아랫동네 시세에 비해 비싸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한 이른 아침 마흔에 가까운 사내가 무늬 방적 유카타를 입고 관리인에게 찾아와 이 집을 본다. 그는 주위가 조용하고 시원한 것만 기뻐하며 오늘부터 바로 빌리겠다고 성급히 계약을 맺고 청소를 시작한다. 직업과 식구 수를 물으면 애매하게 대답하며 해 질 무렵 이사를 온 것은 서로 함께 탄 포장 인력거에 몸을 감싸고 열린 문을 곧장 들어온 모습이다.

주인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는 듯했으며 함께 온 이는 서른쯤 되어 보이는 눈치 빠른 하녀풍 여자와 열여덟인가 아직 아홉은 안 되었을까 싶은 병약한 미인이었다. 얼굴에도 손발에도 핏기라고는 조금도 없고 투명할 만큼 창백한 미인의 모습은 애처로워 관리인의 마음속에 이 사람이 그 부산스러운 사내의 아내나 누이동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짐은 손수레에 딱 한 짐뿐이었고 집 안은 이사 온 것 같은 소란도 없이 지극히 조용했으며 식구는 그 사내와 하녀 외에 밥을 짓는 듯한 뚱뚱한 여자라고 밤이 되어서야 두 사람 더 왔다. 한 사람은 예순에 가까운 인품 좋은 삭발한 노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의 아내인 듯 비슷한 연배로 자그마한 마루마게를 틀고 있었다. 병든 사람은 이내 안쪽 깊숙이 이부자리를 깔고 둥근 베개에 머리를 눕히자 밤새 베갯머리를 지키며 풀 죽어 있던 두 노인의 얼굴이 자는 얼굴과 닮아 이 아이가 혹시 저 두 사람의 부모가 아닐까 싶게 만든다.

이 전자책은 일본어 원문에 후리가나를 함께 실어 원문 읽기에 부담을 줄였다. 각 단어와 표현에는 JLPT 레벨을 표기한 단어장을 곁들여 한국어 독자가 문장 속 의미를 단계적으로 익히도록 구성했다. 전체 작품에 대한 한국어 번역은 원문의 섬세한 감정선과 분위기를 살려 옮겨 놓았다. 함께 수록된 우키요에 컬렉션은 작품 속 셋집과 인물들의 시대적 배경을 시각적으로 보완한다. 전자책 형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문과 번역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 히구치 이치요의 짧은 생애 동안 남긴 작품들 가운데 이 작품의 숨결을 한국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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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 작가히구치 이치요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1872~1896는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여성 소설가입니다. 본명은 히구치 나쓰로, 가세가 기울어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글쓰기에 매진하여 「키 재기」, 「탁한 강」, 「내 탓」 등 도쿄 하층민의 삶과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들을 남겼습니다. 스물네 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했지만,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이룬 문학적 성취로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며, 현재 일본 5천 엔권 지폐의 초상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출판사
크레용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