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스스로 흐르고 있을까.
『아는 게 없는 학문』은 인간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알려진 사실과 설명을 따라가며 그것이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존재와 상태, 변화와 시간, 인과, 물질과 장, 공간과 우주, 정보와 창발, 그리고 자아와 인식까지. 하나의 답을 거꾸로 따라가다 보면 설명이 끝나는 곳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이전에는 질문할 수조차 없었던 새로운 모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아는 게 없는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시험한다. 모른다는 사실을 선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알아야 비로소 어디에서부터 모르는지도 말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탐구다.
함께 수록된 「마지막은 영원히 오지 않지만 ― 언제나 마지막만 존재한다」는 시간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별도로 파고든다. 존재하는 모든 것과 관찰자, 시계까지 완전히 정지한다면 그 안에서 0초와 아주 긴 시간은 무엇으로 구별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상태가 변하는 것인지T → ΔS, 상태의 변화와 관계를 우리가 시간으로 기술하는 것인지ΔS → T, 완전정지라는 사고실험을 통해 익숙했던 시간의 방향을 반대로 질문한다.
두 글은 하나의 결론을 공유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하나는 모름의 경계를 찾아가고, 다른 하나는 시간의 경계를 따라간다. 다만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두 질문은 비슷한 곳에서 멈춘다. 인간은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질문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