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가득 넣고 7만 원을 결제했다면, 그중 3만 원 가까이는 기름값이 아니라 세금과 부담금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그 위에 15%로 얹히는 교육세, 26%로 연동되는 주행분 자동차세, 전체에 다시 붙는 부가가치세, 그리고 원유 수입 단계에서 원가에 녹아든 석유수입부과금까지 — 우리는 에너지를 쓰는 거의 모든 순간에 세금을 내고 있지만, 그 돈이 어떤 법률의 어느 조문에 근거해 걷히고 결국 어디에 쓰이는지를 한자리에서 설명해 주는 책은 의외로 없었다. 이 책은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쓰였다.
구성은 질문의 순서를 따른다. 제1편제1~6장은 ‘걷는 쪽’이다. 에너지 과세의 전체 지도를 그린 뒤제1장, 에너지 시장의 수요·공급과 조세의 교정과세 기능이라는 경제학의 이론적 기초를 그래프와 수치 예제로 정리하고제2장, 국세 다섯 세목과 지방세 두 세목, 세 가지 부담금을 세목별로 해부한 다음제3~5장, 같은 제도를 에너지원별로 재배열해 열량당·탄소당 실효세율의 격차를 측정한다제6장. 제2편제7~11장은 ‘쓰는 쪽’이다. 세수가 네 개의 특별회계와 기금으로 배분되는 법적 구조를 총론으로 정리하고, 교통시설·환경개선·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와 기후대응기금,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차례로 살핀 뒤, 범정부 기후·에너지 세출사업까지 추적하여 마지막 장에서 세입-세출의 전체 순환을 하나의 그림으로 종합한다.
서술의 원칙은 셋이다. 첫째, 모든 제도 설명에 2026년 시행 법령의 조항을 명시하여 독자가 원문으로 곧장 거슬러 갈 수 있게 했다. 둘째, 요약과 구조는 글이 아니라 도식으로 보여 준다 — 60여 점의 도해와 표가 세율의 연혁, 세목 간 연동, 재원의 흐름을 한눈에 담는다. 셋째, 모든 수치에 기준연도와 출처를 붙였다. 여기에 세목마다 ‘과세의 기본 구조’ 개관과 세액 계산 사례를 두고, 대법원·헌법재판소의 주요 판례와 과세 실무의 유권해석까지 담아, 이론-조문-숫자-판례가 서로를 비추도록 짰다.
이 책은 교재이기도 하다. 각 장의 끝에 ‘생각해볼 이슈’와 상세한 풀이를 두어 학부 4학년과 대학원 강의의 토론·평가 자료로 쓸 수 있게 했고, 권말에는 65년 제도 연혁을 한눈에 보는 총괄 연표, 2026년 세율·요율 총괄표, 용어 해설, 그림·표 차례와 찾아보기를 갖추었다. 에너지·환경 분야의 연구자와 정책 실무자, 그리고 자신이 낸 유류세의 행방이 궁금한 시민 독자 모두가 각자의 깊이로 읽을 수 있다.
전기차 전환과 탄소중립은 반세기 넘게 유류 소비 위에 서 있던 이 재정 구조를 뿌리에서 흔들고 있다. 2027년 말에는 최대 세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몰이 예정되어 있다. 무엇에 얼마를 걷고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 전환의 시대가 피할 수 없는 이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지금의 제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 논의의 출발선에 놓일 가장 충실한 지도를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