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뒤 건강보험료가 두려운 이유는 금액을 모르기 때문만이 아니다. 마지막 출근일, 직장가입 자격상실일, 회사의 신고일, 첫 지역보험료 고지일이 서로 다른 시계로 움직이고, 새 직장가입·피부양자·임의계속가입·지역가입의 경로가 한꺼번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퇴사 후 건강보험료를 다시 계산하는 법』은 계산기보다 먼저 사람·자격·날짜·대상월을 맞추는 순서를 제시한다.
첫 단계는 네 경로를 구분하는 일이다. 새 직장가입이 이어지는지 확인한 뒤, 재취업이 바로 이어지지 않을 때 피부양자·임의계속가입·지역가입의 세 대안을 요건과 기한으로 비교한다. 배우자가 직장가입자라는 사실만으로 피부양자가 자동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오래 근무했다는 기억만으로 임의계속가입 요건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보험료를 볼 때도 한 달의 큰 숫자부터 읽지 않는다. 건강보험상 세대가 누구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느 귀속연도의 소득과 어떤 재산자료가 반영되었는지,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가 어떻게 나뉘는지, 당월분과 소급·정산·체납분이 섞였는지를 분해한다. 현재 소득이 줄었다는 사실과 공단에 반영된 과거 소득자료가 정확하다는 사실이 동시에 참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정정과 조정의 차이도 선명해진다.
소득이 줄었을 때는 퇴직·휴업·폐업·해촉을 같은 말로 묶지 않고, 어떤 소득이 어느 날짜에 어떤 사유로 감소했는지를 증빙과 연결한다. 조정 신청은 낮아진 보험료를 영구 확정하는 단방향 감면이 아니라 이후 확인소득에 따라 추가부과나 환급이 생길 수 있는 정산과 한 묶음으로 관리한다. 고지자료 정정과 법정 이의절차도 서로 다른 문으로 구분한다.
12개 장은 첫 90일 동안 남겨야 할 실제 작업문서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날짜표, 자격 경로표, 피부양자 판단표, 임의계속 기한표, 고지 구성표, 자료 시계, 증빙 흐름, 정정·조정·이의 절차, 열두 달 비교와 마지막 상태 한 장까지 단계별로 만든다. 90일을 모든 제도의 단일 마감일로 오해하지 않고 서로 다른 법정 시계에 이름을 붙여 관리한다.
퇴사를 앞두었거나 이미 첫 고지서를 받은 사람에게 이 책은 개인별 보험료를 대신 계산해 주는 답안지가 아니다. 무엇이 확정값이고 무엇이 예상이며, 어느 기관에 어떤 문서를 들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하는 판단 순서를 제공한다. 숫자는 마지막에 온다는 원칙을 지키면 불리한 결과와 잘못된 결과를 구분하고, 선택권이 닫히기 전에 필요한 절차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