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지능The Intelligence of Flowers, 1907
우리가 그저 아름답고 조용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꽃과 식물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꽃들이 빛을 향하고, 곤충을 이용하며, 씨앗을 멀리 보내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방법을 발전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191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벨기에의 상징주의 문호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자연철학 에세이다. 『벌의 생활』과 함께 마테를링크의 ‘서정적 자연사lyrical natural history’ 계보를 대표하는 이 책은, 단순한 식물학적 관찰 보고서를 넘어 과학적 사실과 상징주의 산문시학, 생기론적vitalism 자연철학이 정교하게 융합된 독보적인 고전이다.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와 같은 해에 출간되어 동시대적 사유의 깊이를 공유하며, 오늘날 사변적 생태 문학과 네이처 라이팅의 빛나는 원류로 손꼽힌다.
이 책에서 식물을 순종과 체념의 수동적 존재로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편견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든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자리에 묶여 살아야 하는 ‘부동성不動性’이라는 가혹한 숙명에 맞서, 식물은 공간을 정복하고 타가수정을 이루고자 지상에서 가장 눈부신 불복종의 드라마를 펼친다. 단풍나무의 시과翅果라는 공중 나선, 대극의 폭발적인 씨앗 포탄, 분출오이의 점액 사출기처럼 식물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항공술과 탄도학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온 선구적인 공학자였다. 특히 꿀벌의 머리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초원세이지의 도개교 장치, 곤충의 이동 시간 30초와 각도 90도를 치밀하게 계산하는 난초의 화학적 점액, 수면 위의 신부를 향해 목숨의 끈을 스스로 끊고 날아오르는 나사말의 비극적 혼례, 곤충의 군중 심리를 이용해 수리水理 물통으로 벌을 빠뜨리는 코리안테스의 마키아벨리적 함정은 읽는 이에게 깊은 경탄을 안긴다.
마테를링크는 이러한 박물학적 관찰을 발판 삼아 인간의 오만을 통쾌하게 무너뜨린다. 문제 해결 능력인 ‘지능’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주 만물에는 유기체의 저항도에 따라 스며드는 ‘보편적 유체’로서 ‘보편 지성’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자연은 단번에 완벽을 창조하는 무오류의 신이 아니라, 인간 공학자처럼 더듬고 주저하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설계를 고쳐 나가는 거대한 장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나 고독한 예외자가 아니라, 자연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살아가는 ‘베일에 싸인 형제 같은 의지들’의 일원이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남은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슴에 품은 ‘정의와 연민이라는 꿈’뿐이다. 『꽃의 지능』은 발밑에 무심히 피어난 풀꽃 하나가 품은 영웅적 용기와 생명의 경이를 일깨우며, 자연과 깊은 친족성을 회복하도록 이끄는 따스하고 품격 높은 철학적 초대장이다.
이 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말하면 “움직일 수 없는 존재는 어떻게 살아남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가”입니다. 꽃은 뿌리 때문에 한곳에 묶여 있지만, 바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기계와 발명품을 연상시키는 놀라운 전략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