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은 빠르게 완공되지만, 그 공장을 움직일 전기와 물은 왜 늦게 도착하는가?
첨단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의 건설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송전선로·변전소·용수관로는 계획, 입지 선정, 주민 협의, 보상, 환경 절차와 쟁송을 거치며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공장이 먼저 완공되고 인프라가 뒤늦게 도착하는 순간, 대규모 투자는 생산설비가 아니라 전기와 물을 기다리는 자산이 된다.
『반도체 공장은 1.5년, 전선은 10년』은 이 문제를 ‘인프라 동시성의 붕괴’로 정의한다. 저자는 2025년 시행된 전력망 특별법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 이후에 남는 사법 쟁송, 전력의 공간 불균형, 탄소 규제, 데이터센터 접속대기열, 공간정보의 공백, 입지를 움직일 가격 신호의 부재를 하나의 구조로 분석한다.
책은 전력망 특별법의 2단계 입법, 공간정보 사전진단, 피지컬 AI 학습을 위한 국가 합성데이터 플랫폼, 지역가격에서 노드가격으로 이어지는 전력시장 개혁, CfD와 DSO, 지방 산업단지의 인재 파이프라인, 재정과 거버넌스를 통합한 이행 시간표를 제안한다. 전력망·법제·시장·공간정보·AI를 따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장과 인프라를 같은 시계에 놓기 위한 실행 전략으로 연결한다.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투자 발표의 크기가 아니라, 공장이 가동되어야 할 때 필요한 인프라가 함께 도착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그 어긋난 시간을 다시 맞추기 위한 정책·산업 전략의 설계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