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 백삼십 편에는 큰 이야기 옆을 한 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의 어머니가 왕에게 글을 올렸고, 누구의 누이가 저잣거리에서 소리치다 그 곁에서 죽었고, 섬에 남은 오백 인이 모두 자결했다. 사서는 그 한 줄을 딛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읽는 사람도 대개 딛고 넘어간다.
이 책은 그 열다섯 자리에 멈춰 선 기록이다. 주인공은 아무도 열전의 주인이 아니다. 남의 이야기 안에 한 대목으로 들어 있거나, 이름이 아예 없거나, 이름이 있어도 남의 성에 붙어 있거나, 숫자로만 적혀 있다.
사기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어 적었다. 지어낸 자리는 지어냈다고 그 자리에서 밝혔고, 비워 두는 것이 나은 자리는 비웠다. 무대는 이천 년 전 중국이고 목소리는 조선 사랑방에서 이야기를 풀던 쪽이다.
열다섯 편은 시대순이 아니라 앞뒤가 맞물리도록 놓았다. 한 편씩 따로 읽어도 되고, 앞에서부터 읽으면 이야기가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다시 쓰는 연작 「태사야담」의 첫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