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 쟁패의 이야기는 다들 안다. 항우가 어떻고 유방이 어떻고, 홍문의 연이 어떻고 사면초가가 어떻고. 여덟 해 동안 천하가 두 번 갈라지고 두 번 붙는 이야기다. 크고 시끄럽고 재미있다.
이 책은 그 곁을 본다. 성이 무너지는 날 그 성 안에서 밥을 짓던 사람, 장수가 군사를 일으키는 날 그 집에서 아이 손을 잡고 있던 사람, 임금이 크게 웃는 자리에서 술상을 나르던 사람. 사서는 그들을 적지 않거나 적어도 한 줄이다. 붙잡혔다, 화답했다, 곡했다. 동사 하나로 사람이 지나간다. 그 한 줄 앞에 서 보려는 책이다.
주인공은 대개 여자다. 여자만 쓰겠다고 정한 것이 아니라, 사서가 지운 자리를 찾다 보니 거기 여자가 많았다. 남자들은 천하를 보았고, 여자들은 그 남자를 보았다.
열여덟 밤을 네 묶음으로 나누었다. 바쳐진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 지워진 사람들, 살아남은 사람들.
원전은 사마천의 『사기』 하나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도 사기에 없으면 옮기지 않았다. 채운 자리는 지어냈다고 그 자리에서 밝혔고, 모르는 것은 비워 두었다. 이야기는 한나라 땅에서 벌어지고, 이야기하는 자리는 우리 사랑방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다시 쓰는 연작 「태사야담」의 두 번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