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고 가정적인 모범적 영웅인가, 도시를 약탈하고 부녀자를 노예로 삼은 청동기 해적인가?
호메로스의 고대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지난 2,800년 동안 서구 문명사에서 가장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형되어 온 텍스트다. 원전 속 거칠고 야만적인 청동기 영주 오디세우스는 어떻게 중세의 참회하는 기독교 순례자가 되었고, 르네상스의 스토아 군주가 되었으며, 18세기 계몽주의의 신사와 19세기 빅토리아조의 교훈적 소년 영웅을 거쳐 20세기의 소외된 소시민(제임스 조이스의 블룸)과 계몽의 폭력성을 증언하는 주체(아도르노)로 전복되었는가?
본 저작은 폴리페모스의 동굴, 세이렌의 노랫소리, 키르케의 섬, 저승 방문(네키이아), 칼립소와의 7년,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구혼자 학살, 시녀들의 처형, 페넬로페의 베짜기, 단테와 테니슨의 오디세우스 등 10개의 결정적 장면을 통해 인류가 영웅의 형상 위에 덧씌워 온 도덕과 이데올로기의 외투를 벗겨낸다.
원전의 날것의 팩트체크와 시대별 수용사(Reception History)의 계보학, 그리고 21세기 현대인을 위한 실존적 질문을 결합하여, 불확실성의 바다를 항해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정직하고 성숙한 인간성의 나침반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