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쉐가 데뷔작 『악녀서』 등을 통해 상처 입고 결핍된 인물이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는 파격적이고 날것의 퀴어 정체성을 주로 썼다면, 여기 실린 소설들은 2019년 동성혼 법제화 전후를 배경으로 삼는다. 즉 과거 그의 서사가 주로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내 성적 지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와 같이 존재의 정체성 승인을 물었다면, 이제는 법적·제도적 테두리 안에 들어온 퀴어들이 마주하는 더 깊고 내밀한 일상을 다룬다.
총 13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들 작품에서 여성의 마음과 삶은 끊임없이 소설을 앞으로 밀어붙이는 거대한 암류다. 성性을 통해 마음에 다가가고, 몸을 통해 삶을 투영하는 것은 이 소설들의 가장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장치다. 성은 당신의 마음과 당신의 삶을 더한 것보다 더 크지도, 더 작지도 않다.